
불과 6일 전 서울 광화문 일대를 가득 메운 100만 촛불민심은 대통령 ‘하야’와 ‘퇴진’에 있었다. 대통령은 이 집회 뒤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국민의 목소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들었다. 국정 정상화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통령의 고심은 말바꾸기와 시간벌기를 통해 100만 촛불민심에 대적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내치를 맡기는 책임총리와 2선 후퇴와 관련해선 헌법에 근거규정이 없다고 하더니 하야와 같은 즉각 퇴진과 질서있는 퇴진 요구에는 헌법에서 보장한 5년 임기를 위반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선출되지도 않은 비선실세 최순실에게 국정의 일익을 맡긴 건 헌법상 국민주권주의를 위배한 것이란 사실은 쏙 뺐다.
지난 4일 2차 사과 때 스스로 약속한 검찰 조사까지 회피하고 있다. 검찰이 최초 지난 16일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했지만 변호인을 통해 사실상 불응했다. 검찰이 다시 최순실 기소일 이전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으나 여전히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 같은 정면돌파 의지 표명 속에 그동안 중단한 국정업무도 재개했다. 대통령은 지난 16일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수사력을 총동원하라고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한 데 이어 외교부 2차관을 임명하는 인사권을 행사했다. 17일에는 지난달 말 공석이 된 문체부 2차관을 임명했다.
외치와 안보를 앞세운 외교행보도 빨라졌다. 국방부는 지난 16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부지로 선정한 롯데스카이힐 성주CC를 취득하기 위해 경기 남양주시의 육군부대 부지와 맞바꾸기로 최종 결정했다. 앞서 지난 14일에는 한민구 국방장관이 반대여론 속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했고 다음날 법제처 심사가 완료됐다.
여당도 이 같은 대통령의 정면돌파 의지와 궤를 같이 한다. 우선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여당 의원을 포함, 209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소위 ‘최순실 특검법’은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면서 난항을 겪었다.
17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는 여당 의원들이 ‘야당 단독 추천권’에 불만을 표하며 집단 퇴장하면서 파행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통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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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야당의 박 대통령 퇴진 요구에 대해 “여론선동으로 끌어내리겠다는 것은 헌법이나 법률에 의한 재판이 아닌, 인민재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현 정권에서 만 2년간 국무총리를 지낸 정홍원 전 총리(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사업 추진위원장)는 이날 오전 배포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최순실 의혹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증거보다는 추측과 의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는 대통령에 대한 마녀사냥에 다름없다”고 했다.
역대 어느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인물의 40여년 전부터 이어진 행각부터 최근 그의 직계들의 행태에 이르기까지 한 달도 안 된 기간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비상식적인 일들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미 신뢰가 없어진 상황에서도 정작 대통령 본인은 국정복귀를 시도하고 있다. 비단 대통령 혼자만의 의지는 아닐 것이다. 지금은 민심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행동하는 진심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