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29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등 주요 기업 총수들이 참석해 1000조 원 규모의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한다. 광주·전남 지역의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이번 투자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려는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이다. 반도체 산업의 대규모 국내 투자는 환영할 일이며 균형발전이라는 명분도 폄하하기 어렵다.
하지만 인프라가 미비한 지역에 추진되는 천문학적 투자인 만큼 '기업 팔 비틀기'라는 정치적 논란과 전력·용수 우려가 여전하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기업 스스로의 결단이며, 정부는 부지 등 '생산 플랫폼'을 조성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호남권 물 부족 우려에 대해서도 영남이나 수도권 못지않게 물이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기후에너지부 검토를 근거로 댐 증고와 농업용수 재배치를 통해 하루 100만 톤 규모의 산업용수 확보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이 대통령은 2023년 광주·전남 지역이 국가첨단전략산업 공모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으며 입지 타당성을 검증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당시 평가는 '차세대 패키징(후공정)' 분야였던 반면 이번 투자는 초정밀 인프라가 필수인 '전공정 팹(공장)'까지 포함해 재계 우려는 여전히 깊다. 반도체 전공정은 단순한 물과 전기를 넘어 수천 개의 협력업체가 맞물려 돌아가는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더욱이 주요 소부장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핵심 엔지니어들이 지방 근무를 기피해 인재 수급이 쉽지 않다.
첨단산업 투자는 글로벌 경쟁 상황을 가장 잘 체감하고 있는 기업 경영진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최우선으로 존중돼야 한다. 호남 반도체 메가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기업은 긴 안목으로 투자하고 국가는 부지, 전력, 용수, 인재 등 인프라를 총력 지원해야 한다. 과거 새만금 사업처럼 농지에서 복합도시·산업·재생에너지 거점 등으로 정권마다 개발 방향이 바뀌는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 정치적 논리나 압박에 떠밀려 추진된다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오히려 국가 전체의 반도체 경쟁력이 훼손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