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에는 중소기업보다 나은 국수집이 있다. 국수도 유명하지만 김치 맛이 일품이다. 자고로 국수집은 김치 맛이 좋아야 성공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는 듯 이 집은 불황을 모른다. 그런데 김치는 공짜다.
영국의 컨설팅사가 한국에서 컨설팅 비용을 제대로 받기 어려웠던 걸 회상하며 자국으로 돌아가 쓴 컬럼 내용이 바로 '김치 비즈니스'다. 컨설팅 잘해주는 곳을 찾지만 정작 컨설팅에 대한 수수료는 내기 싫어하는 성향을 빗댄 말이다.
증권사 IB(투자은행)부서에서 IPO(기업공개)를 진행할 때 수개월 또는 1~2년동안 제공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인 ‘김치 비즈니스’에 해당한다. IPO가 성공해야 공모금액의 1~3% 정도를 상장수수료로 챙길 수 있는데 기업측서 상장을 철회할 경우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황당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이 WM(웰스매니지먼트)사업을 확대하며 PB(프라이빗뱅커) 강화에 나섰지만 PB역시 자산관리에 따른 수수료를 별도로 받고 있진 않다. 회사에 '큰 손'들의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탓이다.
하지만 내년에는 금융권도 4차 산업으로 넘어가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이르면 내년 3월 도입될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가 첫번째 기회가 될 수 있다. 금융투자회사 경력이 1년 이상이고 1억원만 있으면 IFA로 창업이 가능해 증권사 및 은행 PB경력이 있는 경단녀(결혼·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나 금융투자업계 은퇴자 등의 창업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1인 보험대리점(GA)처럼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되지 않은채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여러 금융상품을 비교 분석해 개개인에게 맞춤형 금융 상품을 추천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어느 한 회사에 국한된 상품을 추천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유리하다. 문제는 IFA에 대한 검증이 어렵다는 것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애플, 구글, 네이버, 카카오와 같은 사용자 기반 비즈니스다.
이 새로운 시장에서는 실력있는 학원강사들이 강의료를 많이 받듯 고수익 상품을 추천해준 IFA가 수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창출될 수 있다. 보험업계 '연봉킹'처럼 수수료를 많이 받은 것으로 검색되거나 투자자들의 댓글 또는 추천을 통해 실력 있고 부지런한 IFA에게 투자자들이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발빠른 펀드몰과 증권사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여러 금융사의 펀드를 직접 골라 가입할 수 있는 '펀드슈퍼마켓'이 IFA 제도에 주목하고 고객과 IFA가 교류할 수 있는 제반 시스템을 준비중이다. 미래에셋대우와 키움증권 등도 분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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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집에서 김치를 한두접시 먹지만 국수 몇 젓가락 뜨지 않는 손님도 많다. 김칫값은 공짜라지만 그들은 기꺼이 식대를 치른다. 외국인 보기 이상한 한국의 '김치 비즈니스' 비아냥도 바뀌어야 맞다. 한국금융도 물론 그렇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