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수입은 막았지만 사드보복은 아니다?"

[우보세]"수입은 막았지만 사드보복은 아니다?"

송지유 기자
2017.02.09 04:35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 입니다.

"이라크전은 실패다. 미군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3년 시작한 이라크전이 장기화되자 미국 언론들은 우려를 쏟아냈다. 전쟁비용이 무섭게 불어난데다 군인 뿐 아니라 민간인 인명 피해까지 늘면서 행정부 내부에서 조차 전략 수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당시 도날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은 "우리는 미국 내에서 질 수는 있지만 이라크에서만은 질 수 없다"며 "(나에 대한 평가는)역사가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방어기제, 즉 '깊은 부정(Deep Denial)'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결국 미국은 8년 넘게 이라크전을 지속했고 2000조원 넘는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얻은 것이 거의 없었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남의 나라 전쟁 이야기를 꺼낸 것은 당시 미국 행정부의 행태가 요즘 우리 정부와 닮아 있어서다. 지난해 7월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발표 후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가 잇따르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한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사실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는 호들갑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한류콘텐츠 금지령)'으로 방송·영화 등 문화산업 투자를 막더니 '한국행 단체관광객을 20% 축소하라'는 구체적인 지침까지 내렸다.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사드 부지 대체 제공을 논의하고 있는 롯데의 중국 법인들은 일괄 세무조사와 소방·위생 점검을 받는 등 희생양이 됐다. 머니투데이 취재결과 중국 선양에서 추진중인 3조원 규모 '중국판 롯데월드타운' 사업도 제동이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 탑재 차량이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됐고, 한국 항공사들이 춘제를 앞두고 신청한 전세기 운항도 불허됐다. 또 최근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업체에 대해 2018년 까지 중국 판매량의 8%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지 않으면 벌금을 물리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이는 전기차 판매실적이 전무한 현대·기아차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통관제동, 계약파기 등으로 쓰러지는 중소기업은 부지기수다.

현장에선 속이 타들어 가는데 정부는 "개별 업체의 책임일 뿐 사드 보복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공무원들이 손을 놓으면서 국정공백 수준이다. 심지어 중국 정부의 비관세 장벽이나 사드 보복에 따른 손실 규모 파악조차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우리 정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 한국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의 경제 보복은 더 이상 부정하고 간과할 문제가 아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라는 한 연예인의 '현실부정'은 각종 패러디를 낳으며 지친 국민들에게 웃음이라도 선사했다. "중국이 한국제품 수입은 막았지만 사드 보복은 아니다"라는 정부의 해명은 재미도, 감동도 없다. 하루빨리 중국의 비이성적인 보복조치에 대응할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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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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