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도시재생 무용론과 성공 사이

[우보세]도시재생 무용론과 성공 사이

김경환 기자
2017.05.24 05:23

1970년대 중반에 지은 40년 넘은 단독주택에 살고 있다. 긴 세월 동안 내부를 단 한번 수리했을 뿐 집은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래된 단독주택에 거주하면 불편함은 기본이다. 가장 힘든 건 ‘겨울나기’다. 방바닥은 (전기장판의 힘을 빌려) 따뜻할지 몰라도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입에서 입김이 난다. 방에서도 오리털 외투를 껴입어야 한기를 견딜만하다.

불편함 때문인지 주변 이웃들은 결국 하나둘씩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주했다. 부모님도 1990년대 초반 한때 청약 광풍에 휘둘려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나섰지만 모두 떨어졌다. 부모님은 이후 익숙한 곳에 그냥 눌러 앉았다.

한곳에 오래살다보니 동네 모습이 변하는 걸 본다. 살가운 단독주택들은 이미 푸른 빛이 사라진 빌라촌으로 변모한 지 오래다. 동작구 상도4동의 현주소다. 어찌하다 보니 동작구 상도4동은 서울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로 꼽힌다. ‘도시재생시범지역’으로도 선정돼 3년간 100억원을 지원받았다.

상도4동이 본격적인 도시재생에 돌입한지 벌써 2년 이상의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달라진 모습은 별로 없다. 동 단위의 비교적 큰 규모의 마을에 100억원으론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작은 도서관을 짓기에도, 조그만 공원을 조성하기에도 도로를 정비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도시재생이 완전히 끝나도 달라지는 건 거의 없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다. 시범사업임에도 예산이 부족한 것은 전임 정부의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탓도 있을 것이다.

상도4동 사례를 보면서 ‘도시재생 무용론’을 굳혀가는 와중 반가운 얘기가 들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50조원을 들여 도시 재개발의 패러다임을 도시재생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

하지만 우려도 크다. 도시재생과 관련된 핵심 당사자(주민)로서 지켜본 결과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가시적으로 변화가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지하 공동구에 대한 투자를 조금이라도 늘려 하늘을 뒤덮은 전선과 통신선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이면도로를 차들이 질주할 수 없도록 보행친화적 환경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주택 하나 정도의 작은 부지라도 나무를 심고 앉아 쉴 소규모 공원을 조성하고, 주민들이 이용할 작은 도서관을 확충해야 한다.

기본적이고 가시적인 변화가 먼저 있어야 주민들이 도시재생이 비로소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다. 그렇다고 돈을 천문학적으로 쏟아부으라는 게 아니다. 효율적으로 운영하되 변화를 일으킬 포인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도시재생의 성공은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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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기자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입니다. 치우치지 않고 사안을 합리적이고 균형적으로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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