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강남 아줌마들의 브런치

[우보세]강남 아줌마들의 브런치

송선옥 기자
2017.06.13 16:38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강남 아줌마들 이런 모임은 기본이죠."

얼마 전 만난 증권사 직원 A씨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집값이 올랐거나 주식이 올랐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라 생각했는데 역시나 후자였다.

그가 해당 종목에 투자한 지 한 달도 안됐는데 30% 이상의 고수익이 났단다. 대형주고 워낙 알려진 호재가 있었기에 과감하게 투자해 성공했구나 생각했는데 그가 이 종목에 투자하게 된 계기가 독특했다.

강남에 사는 친구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학부모들끼리 종종 ‘브런치 모임’을 갖는데 이 브런치 모임에 사설 투자 전문가가 초청되면서 모임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이 전문가가 찍어주는 종목이 대형주라 믿음도 가는 데다 그간의 성과도 나쁘지 않아 학부모들은 금세 전문가의 팬이 됐고 A씨도 친구로부터 가끔 그가 찍어주는 종목을 받아본다는 것이다. 학원 유학 정보 등을 공유하던 브런치 모임이 어느새 투자 설명회가 된 셈이다.

오래된 증시 격언에 ‘아이를 업은 애 엄마가 증권사 객장을 찾으면 상투다’라는 말이 있지만 능동적으로 투자 기회를 찾는 학부모를 탓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런 부지런함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면서도 사설 투자 전문가의 얘기에 귀가 더 솔깃한 현실 때문이다. 사설 투자 전문가도 나름의 분석 원칙과 기준을 갖고 있겠지만 주식 투자 문화가 아직도 ‘카더라’식 찌라시에 더 초점이 맞춰진, 정보매매에만 집중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피 지수가 7년간의 박스피(박스권+코스피)를 돌파해 2400을 넘보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연초 이후 이달 초까지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각각 33.72%, 29.86%를 기록한 반면 개인 투자자 수익률은 4.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 16.48%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런 현상이 상승장인 현재뿐만 아니라 항상 반복돼 왔다는 것이 더 문제다.

홍춘욱키움증권(495,500원 ▲8,000 +1.64%)투자전략팀장에 따르면 2008년 이후 10년 동안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20.9%인 반면 기관과 외국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21.2%, 23.8%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 연평균 수익률은 4.5%를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애널리스트의 탐방 보고서와 재무제표, 글로벌 트렌드 등을 꼼꼼히 분석해 투자에 나서는 반면 개인들의 정보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데서 발생하는 격차다.

이렇게 된 데는 증권사에 대한 불신도 한몫했다. 증권사와 애널리스트들이 매도보다는 ‘매수’ 위주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개인보다 매출 비중이 훨씬 높은 법인 영업 위주로 리서치 센터를 운영하면서 개인 투자자는 투자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애널리스트 보고서에 등을 돌렸다.

대세 상승장일수록 투자의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증시가 활황이라고 해서 조급해 한다면 결국 작전주나 급등주에만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길게 보는 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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