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내력은 영민함보다 위대하다

[기고] 인내력은 영민함보다 위대하다

이창화 금융투자협회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
2018.11.19 17:36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이창화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장/사진제공=금융투자협회

미국 남북전쟁은 뛰어난 두 명의 명장을 배출했다. 남군의 로버트 E. 리와 북군의 율리시스 S. 그랜트가 그들이다.

리의 기병부대는 북군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리가 의표를 찌르는 기습으로 후방기지를 농락할 때마다 북군 지휘관은 병력 재편성을 이유로 후퇴하기 급급했다. 하지만 그랜트가 총사령관에 오르면서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그랜트는 북부의 저력을 확신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압도적인 물량을 갖춘 북군은 초조할 이유가 없었다. 기습에 이성을 잃은 참모들이 후퇴를 종용할 때에도 그랜트는 꿋꿋했다. 그의 뚝심에 북군은 남군과의 전력 차를 벌렸고 리는 1년 만에 항복문서에 서명했다.

예기치 않은 위기는 비이성적인 판단을 유도한다. 불확실성에 민감한 주식시장에서 이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시장충격에 따른 과도한 투매, 이른바 패닉 셀링(Panic Selling)으로 손해 본 사례를 우리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한민국 경제에 불안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고용지표는 참사 수준으로 떨어졌고 한국은행은 경제성장률을 2.7%까지 하향 조정했다. 급기야 코스피도 최근 2년간의 상승 폭을 모조리 반납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인상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얼핏 우리 앞에 잿빛 미래만 남은 것 같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게 시장을 되짚어봐야 한다.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은 어느 때보다 튼실하다.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8위 수준이고 재정건전성 역시 충분한 정책여력을 보유하고 있다.

견고한 펀더멘털을 갖춘 시장에선 시간지평(time horizon)을 넓힐수록 주식투자 수익률이 일관되게 상승한다. 한없이 변덕스러운 주가 그래프도 5년, 10년 단위로 구간을 넓혀보면 뚜렷한 상승 기조를 유지함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983년부터 2016년까지 주식, 채권, 예금, 금, 부동산 등에 대한 누적수익률을 비교해보면, 주식투자가 1837%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나무보다 숲을 바라보는 안목이 있는 사람은 탐욕에도, 공포에도 쉽게 굴복하지 않는다.

그랜트가 리의 기동전술에 위축되어 퇴각을 일삼았다면 남북전쟁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탐욕과 공포에 쫓겨 내린 결정은 대개 틀리거나 늦으며 그 판단이 바로잡힐 가능성도 희박하다. 암울한 전망에 흔들리기보다 우직한 뚝심으로 미래를 봐야 한다. 지금은 우리 경제의 저력을 믿어볼 때다. 시야를 넓혀보면 인내력은 언제나 영민함보다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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