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답하라 1994’라는 드라마에 나온 장면. 여수와 순천 출신 대학생 둘이 고향 자랑에 나섰다. 결과는 순천의 승리. 당시 순천에는 백화점이 있었지만 여수에는 백화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면? 아마 여수가 이길 거다. ‘밤바다’가 있으니까.
지금도 여수를 검색해보면 보면 ‘밤바다’라는 단어가 따라 나온다. 지자체가 수백억 원을 들여도 하기 힘든 작업이 노래 하나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덕분인지 노래가 나온 다음부터 여수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지난해에는 4년 연속 1300만 관광객이 찾을 정도였다.
어떤 도시가 가지고 있는 환경과 역사, 기능 등을 다른 도시와 차별화되게 만드는 작업을 도시 브랜딩이라 한다. 기업이 회사 이미지 관련 광고나 제품에 대한 직접 광고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것처럼 도시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부각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다. 도시에 무슨 브랜드 작업이 필요할까 싶겠지만 도시보다 더 큰 국가도 브랜드 작업을 한다. 독일이 대표적인데 세계에서 처음 독일산 제품에 ‘made in Germany’라는 표기를 했다. 독일이 만든 제품이니 믿고 쓰라는 것이었다. 이 문구로 독일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는지 지금은 모든 나라가 쓰고 있다.
브랜딩에 성공한 대표 도시가 뉴욕이다. ‘I♡NY’라는 로고를 한 번쯤은 봤을 텐데 이게 뉴욕 브랜딩의 결과물이다. 이 로고는 ‘I love New York’이란 문구에서 출발했다. 문장만으로는 싱겁다고 생각했는지 유명 디자이너 밀튼 클레이저가 도형화 작업에 나섰고 로고가 완성됐다. 브랜딩 작업이 시작되기 전 뉴욕은 이미지가 좋지 않은 도시였다. 10억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와 수많은 실직자, 환경미화원의 파업 등으로 시끄러웠다. 세계 경제수도의 이미지도 일본과 독일의 추격으로 훼손된 상태였다. 브랜딩 전략이 있은 후 뉴욕을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1976~77년 사이 50% 넘게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전체 관광객이 0.1%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비교된다. ‘I♡NY’라는 로고가 관심을 끌면서 로고가 박힌 티셔츠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가 하면 뉴욕을 주제로 한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등 많은 후속작업도 진행됐다. 뉴욕의 성공은 다른 도시를 자극했다. 암스테르담은 ‘I amsterdam’을, 베를린은 ‘be Berlin’을 슬로건으로 정했지만 뉴욕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은 많은 도시가 그냥 비공식적으로 ‘I♡ OO’라고 쓴다. 뉴욕을 흉내 내서.
목포가 갑자기 화제가 됐다. 국회의원 한 사람의 부동산을 매입했기 때문이다. ‘투기다, 아니다’로 시작하더니 ‘이해충돌 방지 위반이냐, 아니냐’로 발전했다. 부동산 투기 여부는 시간이 지나 그 땅에 살고 있는지를 보면 가려질 일이지만 목포를 브랜딩하려는 의도였다는 건 의심할 필요가 없다. 목포의 역사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목포는 일제강점기 군산과 함께 호남과 일본을 연결한 도시다. 군산이 쌀이 모이던 곳이라면 목포는 면화가 모이던 곳이다. 당연히 일제강점기 때 흔적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에 착안한 것이다. 국내에서 이런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은 거의 없다. 근대화 과정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렸는데 희귀한 만큼 잘 활용하면 좋은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도시 브랜딩은 자치단체만 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개인이 한 브랜딩 작업이 지자체보다 훌륭한 결과를 만들어낼 때가 많다. ‘여수 밤바다’라는 이미지도 2012년 ‘버스커버스커’라는 3인조 밴드가 만든 곡에서 만들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