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2017년 암호화폐 투기 열풍이 세계를 휩쓸었다. 외신에서 ‘김치 프리미엄(kimchi premium)’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정도로 우리나라 암호화폐 시장은 끓어올랐다. 2015년 20만원대에 머물던 1비트코인 가격이 지난해 한 때 2500만원을 돌파하자 회사원, 대학생을 가리지 않고 투기대열에 동참했다.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를 연상케 할 만 했다. 현실로 돌아오자 광풍은 순식간에 꺼졌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규제를 시작하면서 가격은 10분의 1에 가깝게 내려앉았고 투기대열에 들어섰던 서민들의 주머니는 털렸다.
암호화폐 광풍이 잦아들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갭투자 열풍이 몰아쳤다.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달 새 수 억원이 오르는 등 투기현상이 나타났다. 신혼부부와 서민들이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도 연출됐다. 다행히도 지난해 9월 정부가 ‘9.13 주택시장 안정 방안’ 발표를 기점으로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년간 우리 사회와 경제를 강타했던 두 가지 사건을 보면서 수십조 원에 달하는 시중 부동자금이 신성장 산업과 혁신기업으로 흘러갔다면 일자리 창출에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일례로 1997년 IMF국가 부도사태 때 DJ정부의 벤처정책으로 시중 부동자금이 벤처캐피탈 마중물이 돼 인터파크, 다음 등 스타트업 기업에 BW(신주인수권부사채), CB(전환사채)형태로 투자됐다. 이후 닷컴버블에 따른 벤처생태계에 위기가 닥치자 유동화증권(P-CBO)을 발행해 벤처기업의 붕괴를 막아냈다. 그 결과 다음카카오, 네이버, 인터파크, 키움증권 등이 성장했고 재벌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혁신벤처 생태계로 탈바꿈 시킬 수 있었다.
지난해 필자는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벤처정책과 유동화사업으로 혁신벤처기업을 육성했던 DJ정부정책을 벤치마크했다.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제조업의 스마트화와 스케일업 하려면 정부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 부동산으로 몰리는 시중 부동자금을 혁신기업으로 유도해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정책으로 복합금융을 활용한 스케일업 금융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중진공은 지난해 예산을 반영해 올해부터 1000억원의 예산으로 혁신기업의 CB, BW,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채권담보부증권의 후순위 채권을 인수하는 스케일업 금융을 신설했다. 심사경력 10년 이상 직원으로 꾸려진 기업심사센터도 만들었다. 정책자금 1000억원을 마중물로 시중 민간자금 4000억원을 흡수해 중소벤처기업에 50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중진공은 2011년 충북 충주소재 LCD첨가제를 만드는 기업 '천보'의 기술사업성을 높게 평가해 CB인수방식의 성장공유형 자금을 지원했었다. 이후에도 정책자금, 인력 등 정부 정책을 지속적으로 지원한 결과 천보는 지난해 매출액 1200억원, LCD(액정표시장치) 식각액(부식시키는 방식으로 특정 부위를 깎아내는데 사용하는 화공약품) 첨가제 세계시장 점유율 95%, 직원 120여명의 글로벌 혁신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달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5500억원의 유니콘기업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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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으로 출발해 유니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쉽지 않다.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과 민생현장에 맞는 속도감 있는 시책, 자금지원 등이 함께 어우러져야 이룰 수 있다. 천보의 성공스토리는 스케일업 금융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증명하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