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전당대회의 주인공은 황교안이 아니었다. 선거기간 내내 후보들은 태극기부대에 휘둘렸고, 김진태가 얼마나 득표할 거냐가 관심사였다. 태극기부대는 스스로 정치적 실체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태극기부대는 어디서 왔는가. 연세대 김진욱(정치학 석사) 허재영(글로벌인재학부 조교수)은 논문 ‘인정을 위한 저항-태극기집회의 감정동학’(2018)에서 노년층에 대한 누적된 모멸감이 태극기부대를 만들었다고 했다. 노년층에 대한 차별, 억압 등 ‘무시'가 세대갈등 관계를 중심으로 구체화됐다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완장차던 사람들이 '갑질의 추억' 때문에 광화문에 나간 게 아니다. 노인세대가 세력화한 유형이 태극기부대다. 특정 정치집단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그들의 집단행동이 도드라졌지만, 노인 문제와 세대 갈등이 더 큰 배경이다.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와 동일시하는 것이나, 내면의 분노와 증오를 북한과 인공기에 투사하는 것은 소외된 자아를 방어하기 위함이다.
외면할수록 더 존재를 증명하려 하기 마련이다. 태극기부대의 주축을 이루는 노년 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인구는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반면 15세 미만 인구는 2.0% 감소했다. 지난해엔 합계출산율이 0.98로 떨어졌다. 4명의 조부모와 2명의 부모, 1 명의 자녀라는 가족 구조가 보편화됐다. 토머스 멜서스의 예견과는 정반대로, 기하급수적으로 아이들이 줄고 있다.
나이드는 것은 곧 빈곤 늪에 빠지는 것이다. 작년 4분기 소득 수준 하위 20% 가구주의 평균 연령은 63.4세로 15년 전(2003년 4분기)보다 11.7세가 높았다. 상위 20% 소득이 전년대비 10.4% 증가한 가운데 하위 20% 소득은 17.7% 감소했다.
단순히 양극화 문제만은 아니다. 현재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대는 40,50대다. 40,50대는 저축률이 높다. 이 연령대 인구가 많아야 자본축적이 잘 된다. 하지만 뒤를 이을 이들은 그만큼 많지가 않다. 자본축적이 줄어들면 이자율은 상승한다. 노년층이 늘어 복지 지출은 저절로 커진다. 증세를 해야 하거나, 이자율 상승을 감수하고 국채를 늘려야 한다. 어느 쪽이든 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까지 내려와 있다. 머지 않아 1%대, 0%대로 낮아지는 것도 각오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할 때는 그 과실을 구성원들이 나눠가지면 된다. 정체되거나 후퇴할 때는 누군가에게 나눠주기 위해 다른 이의 것을 빼앗아와야 한다. 갈등은 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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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1표를 갖는 시대에 노년 비중이 커져 모든 정책을 좌지우지하게 된다. 유튜브와 SNS로 노령세대 조직화가 쉬워졌다. 그들을 대변 혹은 이용하려는 정치인은 김진태 이후로도 많이 나올 것이다. 청년들은 그런 현실에 좌절하며 더 등을 돌릴 것이다. 지금 태극기부대의 주장은 건전한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반드시 이성이 다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이로제를 치료하려면 무의식에 어떤 억압이 있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편향성을 배격하고 소통의 장을 늘리는 것, 막연하고 어렵지만 디스토피아를 막는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