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를 줄일 수만 있다면 '나'를 희생할 수 있을까. 차량 2부제 민간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은 일종의 희생지수로 볼 수 있다. 7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최근 6년간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평균 찬성률은 76.1%였다. 나와 내 식구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동의 자유를 제약해도 좋다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미세먼지 추경(추가경정예산)도 희생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차량 2부제와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 당국에 미세먼지 추경 검토 지시를 내렸다. 미세먼지 추경은 규모가 커질수록 나랏빚(적자국채 발행)이 늘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정부는 예산을 어떻게 쓸지 계획할 때 내가 냈거나 내야 할 세금을 바탕으로 한다. 추경 편성을 다른 각도에서 접근하면 앞으로 내 세금으로 갚아야 할 나랏빚이 늘어나거나 복지 등 내가 혜택받을 예산을 돌려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추경의 최종 부담은 정부가 아닌 내가 진다.
나는 기꺼이 미세먼지 추경을 수용할 수 있을까. 자동차가 내뿜는 매연의 절반이 거리에서 사라지는 차량 2부제처럼 미세먼지 추경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뒤따라야 한다. 나랏돈이 투입됐다고 미세먼지가 곧바로 줄기를 바라는 건 아니다. 정부가 미세먼지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믿음만 준다면 추경은 마땅히 써야 할 돈으로 인정받을 것이다.
하지만 여당, 정부, 청와대의 말과 행동은 신뢰를 얻기에 부족하다. 공기정화기 확충, 마스크 제공 등 모두 필요한 일이긴 하나 '한 방'으론 약하다. 중국발 미세먼지 차단을 위한 국가간 공조는 일보 전진하면 일보 후퇴하기 일쑤다.
더구나 재난·재해가 발생했을 때 비상금으로 쓰라고 책정한 예비비가 수조원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미세먼지 추경은 섣부른 논의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재정 당국이 '예비비 먼저'라는 입장을 밝힌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나랏돈을 투입하자는 데 반대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중요한 건 어떻게 쓰겠다는 내용이다. 예산 편성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정부는 예비비부터 미세먼지 추경까지 만족은 못하더라도 납득할 만한 대책을 담아야 한다. 나의 희생을 원한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