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 하순이 되면 집집마다 김장 준비로 분주했다. 배추를 다듬어 절이고, 무를 씻어 깎아 자르고, 대파, 마늘 등 들어가는 재료를 손질하는데 여간 손이 가는 것이 아니다. 하루 세끼 집에서 요리한 음식으로 해결하기 때문에, 긴 겨울 동안 가족들이 먹을 만큼 김장을 담그려면 그 양이 만만치 않아서 김장 날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모든 가족들이 함께 모였다.
요즘은 보기 힘든 필자의 학창시절 이야기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식문화는 외식, 배달음식 또는 포장 음식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배달의민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월간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 5명중에 1명이 매월 적어도 한번은 배달의 민족을 이용한 셈이다. 월 주문수도 2900만건을 돌파했다. 주문 당 2만원으로 가정하면 월 5800억원, 연간 7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게다가 지난해 대비 올해 월 주문수가 80% 이상 성장했으며, 2017년 이후 매해 더 가파르게 주문수가 늘어나고 있다. 요기요와 푸드플라이 등 다른 온라인 플랫폼을 고려하면 연간 배달음식 온라인 주문금액은 12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달형 공유주방은 하나의 공간에 마련된 다수의 독립된 키친에 각각 서로 다른 배달음식점 사장님들이 입점하는 형태로써 테이블 없이 키친만 있는 푸드코트와 유사한 공간을 말한다. 배달음식 시장이 커지면서 그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다.
외식업자가 직접 부동산을 임대해 음식점을 개업하는 형태가 아니라, 공유주방 사업자가 주방 시설과 설비를 갖춘 키친을 자영업자에게 임대하는 형태로 초기 투자비 없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자리를 어느 정도 잡으면 다수의 공유주방 지점을 활용하여 쉽게 지점을 확장하고 규모 있는 사업을 운영하는 발판도 마련할 수 있다.
그러나 배달형 공유주방이 시설을 갖춘 공간을 빌려주기 때문에 부동산 임대업이 아니냐 하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물론 단순히 공간을 빌려주는 것에 그치는 공유주방 사업자도 있겠지만, 정보통신기술(ICT)과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하여 스마트 키친으로 운영하는 것이야 말로 공유주방의 가치를 100% 발휘하는 것이다.
배달음식은 100%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이며, 고객 주문에서 배달까지 1시간 이내로 이루어져야 한다.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주문을 아주 짧은 시간에 배송까지 마무리해야 해 난이도가 높다. 일반 음식점과 달리 주문을 받을 때도 음식의 종류 뿐만 아니라 고객의 주소, 전화번호, 결제 방식을 물어야하고 배달원까지 호출해야 한다. 주문이 몰리는 점심·저녁 시간에는 음식 조리외에도 주문을 처리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빼앗긴다.
하지만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면 이러한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해 모든 시간과 노력을 요리하는데 집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문 데이터를 활용하여 마케팅이나 메뉴 개발에 활용할 수 있고, 배달 효율을 높이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도 가능하다. 따라서 공유주방은 배달음식점을 위한 빌트인 키친이라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보통신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인프라서비스(Infrastructure as a Service)로 불려야 한다. 여기에 공유주방을 사용하는 사장님들의 상상력이 발휘되면 공유주방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