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딜 시대가 돌아왔다. 지난 5월7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산업 육성, SOC(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를 근간으로 한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을 밝혔고 이달 1일에는 제6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한국판 뉴딜을 디지털뉴딜과 녹색뉴딜을 축으로 하는 것으로 구체화했다. 3년간 31조원을 투자해 55만개 일자리를 만드는 한국판 뉴딜은 무엇보다 정부가 긴축적 재정운용에서 벗어나 적극적 재정운용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 경제의 체질과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 적극 나선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정부의 적극적 역할, 특히 재정투입의 측면을 강조하고 싶을 때 ‘뉴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가깝게는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도시재생뉴딜이 있고 멀게는 이명박정부의 녹색뉴딜이 있다. 그런데 뉴딜(new deal)이란 단어를 잘 생각해보면 거래를 의미하는 딜(deal)이 있는데 이것과 정부의 재정투입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대공황 당시 미국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채택한 뉴딜은 3단계로 이뤄졌다. 굶주림과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대책을 의미하는 구제(relief)가 우선이고 이를 통해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회복(recovery)이 다음 단계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재정투입과 대규모 공공사업 등이 이뤄졌다. 그런데 정작 대공황 시절 뉴딜의 핵심은 그다음 단계인 개혁(reform)에 있었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새로운 질서와 제도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것이 뉴딜의 가장 본질인 것이다.
우리는 미국의 뉴딜에서 테네시강 유역 개발사업을 떠올리지만 정작 뉴딜의 핵심은 노조결성권을 비롯한 노동자의 권리 강화를 포함한 제도의 개혁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한국판 뉴딜 역시 기존 질서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다룰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다. 정책과 재정을 통해 변화의 속도를 가속화하는 과정은 사회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만큼 반대와 갈등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전파과정에서 새삼스럽게 우리 사회의 취약점과 낯선 모습을 많이 목격했다. 이러한 것을 치유하고 개선하는 방안으로서 뉴딜이 돼야 할 것이다.
한편으로 뉴딜은 우리 사회가 겪는 극단적인 대립을 극복하는 단초가 될 수도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핵심으로 한 그린뉴딜을 통해 추진되는 많은 과제는 과거 녹색뉴딜과 비슷하다.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을 근간으로 한 녹색뉴딜 정책을 추진하면서 관련 제도와 법률 정비, 그리고 국제기구 설립까지 완료했다.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끼워넣어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 이후 ‘녹색’이라는 단어가 금기시됐지만 녹색성장 자체의 개념과 방향은 옳았으며 이는 당시 국제사회에서 긍정적 반응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당시 제정된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그 이후 여러 차례 개정 시도가 있었으나 그보다 더 좋은 법률로 개정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지금까지 유지된다.
녹색성장 정책의 수립과 집행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노하우는 그 이후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정권은 달라졌지만 에너지와 자원을 더 적게 쓰고 온실가스 배출을 절감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목표가 동일하다면 과거 경험을 같이 나누고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방향을 도출하는 것을 꺼릴 필요가 없다. 미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경험을 공유하고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화해와 통합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녹색과 그린은 다른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