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최근 허리디스크 ‘추간판탈출증’ 진단을 받았다. 이 문제가 내게 발생한 지는 꽤 오래됐는데 그동안 스테로이드 신경주사와 모르핀이 포함된 진통제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고통이 너무 심해져서 결국 허리수술을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허리수술은 대부분 지인이 권장하지 않는 그런 수술이다. 이에 수술을 취소하고 싶은 유혹에 망설이면서 어떻게든 명망 있는 병원의 전문의에게서 2차나 3차 소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다 전신마취는 공포 대상 그 자체였고 20년 전 맹장수술을 한 후 한 번도 수술실을 방문한 적이 없는 나로서는 시간이 갈수록 두려움만 커져갔다.
또한 적합한 병원의 적합한 의사를 선택하는 것은 내 두려움을 통제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내가 겪은 증상을 새로운 간호사를 만날 때마다 반복해서 설명해야만 한 일이었다. 그리 달갑지는 않았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다른 병원에서 기록된 의무기록(MRI, X-ray 사진 등)을 CD 형태로 받아주긴 했다. 그러나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고 내 답변은 정형화돼 결국 5분 안에 나의 모든 진료기록을 한 번도 쉬지 않고 앵무새처럼 읊을 지경에 이르렀다.
물론 내게 그렇게 할 인센티브가 아무것도 없음에도, 내가 모든 의료기록을 멋대로 만들어내서 이야기할 수도 있었다. 솔직히 그들이 내 이야기를 검증할 방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무슨 약을 먹고, 무슨 주사를 맞아왔는지, 최근 언제, 어떤 수술이나 시술을 했는지 따위의 내용을 나는 일반인 시각에서 이야기했지만 약 이름, 주사 내용 등등 의학적 설명은 거의 불가능하고 솔직히 나의 말을 관심 있게 들어주는 반응도 안 보였다.
그러나 나는 곧 국민건강보험이 이 정보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어떤 이유로 병원이 필요할 때 필요한 정보를 받아낼 수 없는 상황임을 깨달았다. MRI 및 기타 이미지들과 정보들이 개인별로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병원이 필요 시 환자의 적절한 서명 동의를 가지고 적절한 시기와 목적에 맞게 온라인으로 접근이 가능하게 하면 훨씬 나을 텐데 말이다. 이렇게만 된다면 그들이 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병력을 설명할 필요가 없게 되니 환자의 삶은 확실히 더 편해진다.
의사소통에 따른 실수를 줄여줄 뿐만 아니라 관련된 적절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의학적 근거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시간과 자본을 조금만 투자하면 내 의료기록을 더욱 더 상세히 볼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 구축이 가능하고 환자가족이 동의하면 가족병력 조회도 가능하다.
금융권에선 최근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통과로 고객이 동의한다면 금융기관은 제3자에 계좌정보를 제공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고객의 자산은 고객의 것이고 금융데이터도 고객에게 속한 것이지 금융기관의 소유는 아닌 것이다. 이것은 상식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의료기록도 환자의 소유고 병원의 소유가 아니며 의료데이터의 주인은 환자다. 다시 한번 이는 상식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인데 아직 한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뿐이다. 독자들이 궁금해하실지도 모르겠는데 나는 결국 한 병원을 선택했고 전문의와 훌륭한 스태프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허리수술을 마쳐 다시 통증 없이 서서히 회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