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가 미얀마 가스전을 잠근다면

포스코인터가 미얀마 가스전을 잠근다면

우경희 기자
2021.03.24 16:53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미얀마 가스전에 설치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상플랫폼/사진제공=포스코인터내셔널
미얀마 가스전에 설치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해상플랫폼/사진제공=포스코인터내셔널

"(주)대우(지금의 포스코인터내셔널(65,800원 ▼3,200 -4.64%))가 미얀마 앞바다에서 가스를 캐낸다!"

돌아보면 거의 '가짜뉴스' 격이었다. 사업이 제안된게 1997년인데 2004년에 와서야 탐사가 이뤄졌다. 그러고도 10년이 넘게 "나올 것 같다"와 "안 나올 것 같다"가 되풀이됐다. 2014년 생산개시까지 그야말로 산을 넘고 물을 건넜다.

그동안 대우그룹이 해체돼 사라졌다(1999년). 종합상사 (주)대우는 포스코로 주인이 바뀌었다(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포스코인터내셔널로 다시 간판을 바꿔달았다(2016년). 그제야 미얀마가스전은 정상 궤도에 올랐다. 이젠 연 3000억원 수익의 화수분이 됐다.

어떻게 20년을 매달렸을까. 상사맨들에게 신기하다 말했다가 "계약서도 안 써보셨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구두계약도 계약, 양해각서(MOU)도 각서라는거다. 한 상사맨이 말했다. "안 나올 것 같다고 계약을 깨면, 다음부터 그 회사 사업제안을 거들떠나 보겠어요?"

미얀마 가스전 사업이 출발할땐 군부정권이었다. 상관없었다. '사업은 사업'이다. 웹툰 '미생'엔 종합상사의 생리가 잘 묘사돼 있다. 사회주의라고, 군부정권이라고 사업을 안 할 종합상사는 없다. 아웅산 수치가 민주화운동을 이끌며 미얀마 국내 정세가 요동쳤지만, 역시 상관없었다. '사업은 사업'이었다.

2015년 총선에서 수치의 NDL(국민민주연맹)이 이겼고, 이듬해 문민정부가 출범했다. 민주화 선배인 한국도 박수를 보냈다. 정치 격변에도 포스코인터의 역할은 한결같았다. 가스를 생산하고, 미얀마 정부에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서 배당했다. '정치는 정치고 사업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도 NDL이 이겼고 세 달 후인 2월 군부 쿠테타가 터졌다. 민주화 시위가 들불처럼 일었다. 군부의 민간인 총격 정황이 드러났다. 우리 정부가 군수품 수출을 멈췄다. 전세계서 민주화 지지여론이 일며 군부가 고립되고 있다.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한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시작됐다. 미얀마 정부와 국영은행에 지불하는 비용이 군부 자금으로 간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포스코에 "가스전 비용 지불을 중단하라"는 압박이 들어온다. '사업은 사업'이었는데 '사업도 정치'가 됐다.

이들은 포스코가 이 가스전에서 생산한 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하는걸 두고는 중국의 '일대일로' 야욕을 지원한다고 비판한다. 처음부터 중국으로 가스를 수출하기로 정하고 시작한 사업이다. 수치 정부때도 중국으로 수출했다. 민주정부 산하에선 좋은 사업이었던게 군부 산하에선 나쁜 사업이 됐다.

뭇매를 맞은 포스코는 현지법인 포스코강판(2014년 가동)을 합작한 군부기업 미얀마경제홀딩스(MEHL)와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배당은 이미 막았다. 군부로 돈이 전달되는 구조를 감안한 조치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장 큰 합작사업인 가스전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포스코인터의 가스전 계약 대상은 미얀마 공기업 미얀마국영석유회사(MOGE)다. 미얀마 정부와 직접 체결한 계약이라는 의미다.

여론에 휩쓸린 판단은 위험하다. 가스전엔 인도국영석유회사(OVL), 인도국영가스회사(GAIL)도 공동 참여했다. 포스코인터의 움직임에 따라 미얀마와 인도 양국 정부가 계약 파기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미얀마 상황은 안타깝지만 사업적 판단은 냉철해야 한다.

도덕적인 회사의 지속가능성은 당연히 높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개선) 경영의 본질 중 하나다. 그렇다면 계약을 지키지 않는 기업은 어떻게 될까. ESG를 얘기할 여지조차 없어질 공산이 크다.

정치를 배제하고 사업을 하는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정치와 사업을 합치하면 어떻게 될까. "당신네 다음 대선 결과에 따라 철수할 수도 있다"는 기업과 계약할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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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희 기자

머니투데이 정치부 the300 국회팀장 우경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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