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몫이라는 금융감독원 [우보세]

시민단체 몫이라는 금융감독원 [우보세]

박준식 기자
2021.07.07 05:0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열린 연탄나눔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탄을 옮기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권 관계자들이 1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서 열린 연탄나눔행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탄을 옮기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현 집권세력은 금융감독원을 시민단체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융위원회가 관(官)으로 정책을 총괄한다면,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시민단체에 자리를 내줘야 균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을 고집하는 거죠."

금감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이에게 임명권자의 속내를 듣자 의문이 다소 풀렸다. 금감원 수장 자리를 두 달 이상 비워두고 사실상 방치에 가까운 무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한낱 정권의 '도그마'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금융전문가로 쓸만한 사람이 널렸는데도 고작 시민단체 풀에서 사람을 찾으려니 그나물에 그밥인 셈이다.

전임 원장들인 최흥식, 김기식, 윤석헌씨 모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다. 참여연대에서 삼성 저격에 몰두했던 김기식 씨는 국회의원을 거쳐 금감원장을 맡았다. 그러나 정치자금 수수와 셀프 후원 등이 위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취임 15일 만에 낙마했다.

전임이던 최흥식 전 원장도 6개월을 넘지 못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관할하던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를 지내다가 원장이 됐으니 누구 추천이었을지는 자명하다. 하지만 채용비리 의혹이 터지자 스스로 사임했다.

반사익은 윤석헌 전 원장이 누렸다. 학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금융정책에 저항했던 그는 현 정권의 관점에 딱 맞는 인사였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라는 임명권자 입맛을 지나치게 맞추려고 금융권에 대한 제재를 남발했다. 비판이 쇄도했지만 학자 출신으로 상아탑에 갖혀 지냈던 그는 "금감원장이 그 정도도 못하냐"며 3년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독야청청하던 윤 전 원장은 본인 스스로 연임에 욕심을 냈지만 시장과 여론까지 이기진 못했다. 퇴임하고도 영향력을 유지하고팠는지 금융감독자문위원회에 라인을 깔아뒀고, 후임 원장 인선에도 관여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그래서인가, 차기 원장 인선은 또 교수 출신 인사들로 꾸려서 배가 산으로 가는 중이다.

보다 못한 감사원이 그제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했다. 금감원 임직원 4명을 징계하라는 구체적인 처분도 내렸다. 감사원 보고를 보면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관련 금융사들을 징계한 금감원은 오히려 그들 자신이 처벌대상이었다. 각종 민원과 부실 징후가 명확했는데도 관리감독에 소홀해 소비자 피해를 가중시킨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감사원 징계 처분에서도 정작 책임질 사람들은 다 빠졌다. 감사원이 문제 당시 관리감독책임자인 원장, 부원장을 징계 처분에서 뺀 이유는 현직이 아니라서란다. 금감원이 금융사 임직원에 제재를 내리면 그것은 주홍글씨처럼 몇년씩 취업제한 꼬리표로 따라붙지만, 감사원의 징계 처분은 대상이 현직이 아니라면 구속력이 전무한 셈이다.

불공정한 제재 균형은 금감원을 형해화하는 요인이다. 스스로 정화하지 못하는 감독기관이 어떤 시장 주체들에게 '령(令)'을 세울 수 있을까. 남발된 징계처분에 은행·증권사 수장들이 불복하면서 로펌들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금감원 내에서는 차라리 청와대가 내년 초 임기 말까지 원장 자리를 공석으로 뒀으면 하는 바람도 엿보인다. 도그마에 빠진 정권의 인사는 신뢰를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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