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국가의 미래를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가령 특정 산업에 국한하더라도 불확실성이 워낙 많아 10년 후 미래를 점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미래도 그렇다.
하지만 거의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미래를 예상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국민연금이다. 인구추계와 현재 보험료, 소득대체율 등을 고려하면 누가 분석하더라도 앞으로 30여년이 지나면 국민연금기금이 고갈된다는 결론이 나온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의 미래는 거의 확정적인 상황이다.
국민연금법에서는 연금재정안정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규정했다. 1998년과 2007년 두차례 개혁으로 소득대체율을 축소하고 연금지급 개시연령을 연장한 게 바로 이런 국가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었다.
사실 연금개혁은 정치인에게는 인기 없는 아젠다다. 국민에게 일정 수준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가와 미래세대의 부담을 생각하면 국가운영의 책임을 진 정부가 피할 수 없는 의무이기도 하다. 수십 년 뒤 미래의 일이라며 책임을 회피할 게 아니라는 얘기다. 한 국가의 미래는 지금 어떤 정책을 선택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국민연금 외에도 현 상태가 지속되면 파괴적인 미래가 확실시되는 분야를 꼽으면 노동시장이다.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경직성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적받는다.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순위를 보면 노동시장 유연성이 100위권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약점을 지적할 때 빠지지 않는 부분이 노동시장 경직성이다.
국민연금과 달리 노동시장의 문제는 지금 당장의 문제라는 점에서 더 시급하다. 개혁하지 않으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는 멀지 않은 미래에 엄청난 실업충격으로 다가올 것이 거의 확실하다.
흔한 오해 중 하나가 노동시장이 유연해지면 해고와 실업의 위험이 더 커진다는 것이다. 유연한 노동시장에서는 정규직이 더 많아지고 해고되더라도 새로운 직장을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아진다. 실업급여 강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적절히 조합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며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노동시장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내세우는 정치인은 보기 힘들다. 정부도 추진의사가 없다. 국민연금 문제처럼 인기 없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기득권의 반대도 강하다. 지난 수년 간 노동시장 경직성은 미래세대의 일자리를 파괴하는 수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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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대선주자들도 선심성 공약은 남발하면서 정작 국가의 미래를 위한 개혁에는 침묵한다. 공약한 정책도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공약한 적도 없고 임기 중에 정치적 혜택을 볼 것도 아니면 개혁과제가 추진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문제는 국가 지도자가 임기 중 이해에만 집착하면 국가의 미래가 불안해진다는 사실이다. 국민이 대통령의 임무를 맡기는 것은 임기 중 현안만 처리해달라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필요한 개혁도 추진해야 하는 것이 지도자의 임무다. 열심히 뛰고 있는 대선주자들이 국가의 미래를 위한 책임을 곰곰이 생각해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