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랫폼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유통산업에서 온라인 플랫폼의 존재감은 날로 높아져 가고 있으며, 이런 영향력 때문인지 '온라인플랫폼' 관련해 여러 법안도 발의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산업을 연구하면 할수록 과연 '플랫폼'을 모두 하나의 개념으로 통칭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온라인 플랫폼마다 사업 모델이 다르고, 판매자 등 플랫폼 참여자에 대한 정책도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플랫폼 생태계 참여자의 효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왔다. Kapoor, R., & Agarwal, S. (2017)의 연구에 의하면, 단순하고 폐쇄적인 플랫폼보다, 개방적이고 복잡성이 높은 플랫폼 생태계일수록 플랫폼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Boudreau(2010)은 플랫폼의 통제권 수준이 낮고, 플랫폼 접근이 용이할수록 플랫폼 참여자의 효익이 증진됨을 증명했다. 이들 연구들은 플랫폼의 개방 수준이 높을수록 플랫폼 생태계 참여자의 효용이 높아짐을 보여줬다.
필자도 이커머스 플랫폼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개방형 플랫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대 이커머스 시장인 중국의 대표적 개방형 플랫폼은 알리바바다. 알리바바는 개방형 플랫폼 전략을 통해 50%에 육박하는 중국 시장을 점유했다. 최근 개방형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 또 다른 플랫폼은 쇼피파이이다. 쇼피파이는 브랜드 및 판매자들이 자체 온라인몰을 쉽게 구축, 운영할 수 있도록 이커머스에 필요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면서 폐쇄적인 아마존과 정반대의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했으며, 현재 미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월마트와 이베이를 제치고, 2위 사업자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에서 개방형 이커머스 플랫폼 전략을 가장 잘 구사하는 사업자는 바로 네이버이다. 요즘 가장 관심이 뜨거운 라이브커머스와 물류 분야에서 펼치는 네이버의 개방형 플랫폼 전략은 상당히 흥미롭다. 네이버는 라이브커머스 출시 1년 만에 누적 2500억원의 거래액을 달성했다. 라이브커머스 2위 사업자인 카카오의 출시 1년 후 누적 거래액 300억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과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과를 가른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네이버의 개방형 플랫폼 전략이다. 카카오는 하루에 5회로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제한했지만, 네이버는 다양한 판매자들이 라이브커머스를 효과적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주었다. 비싼 촬영 장비 없이도 판매자들이 휴대폰만으로도 라이브커머스를 할 수 있는 네이버의 송출 기술을 기반으로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을 라이브커머스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최대한 활용했고, 그것이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다음으로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제는 바로 물류, 풀필먼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사회로 전환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서 물류는 이커머스 사업자의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물류 강자는 아마도 쿠팡일 것이다. 직매입, 직접 물류 방식을 통해 물류 효율성을 증진시켜 당일배송, 익일배송 등 '로켓배송'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면서 이커머스 신흥 강자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빠른 배송을 차별화 포인트로 한 직접 물류 방식은 직매입이 거래액의 90%인 쿠팡에 적합한 방식이다. 이런 쿠팡의 물류 강세에 네이버는 네이버만의 강점을 살린 새로운 물류 방식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기존 물류 강자인 CJ대한통운을 비롯, 아워박스, 위킵, 파스토, 품고, 딜리버드, 셀피 등 다양한 물류 스타트업과 46만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연계하는 네이버풀필먼트얼라이언스(NFA)를 출범한 것이다. NFA는 단순히 빠른 배송만이 아닌, 지정일 배송, 프리미엄 배송, 동대문 패션 배송, 신선식품 배송 등 이용자와 판매자의 다양한 배송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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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 시장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네이버의 새로운 시도는 상당히 흥미롭다. 쿠팡 모델은 기존 오프라인 직매입 기반의 전통적 유통 모델을 온라인으로 보다 효과적으로 전환한 것이라면, 네이버 모델은 데이터와 AI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용자, 판매자, 나아가 물류사까지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새로운 물류 모델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은 참여자들에게 자율권을 주고, 기술로 각 시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연결시켜 준다. 네이버의 물류 전략 역시 라이브커머스와 유사한 개방형 플랫폼 전략으로 판단된다.
아직 네이버의 개방형 전략, 쿠팡의 내재화 전략 중 어떤 플랫폼 전략이 시장에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지 알 수는 없다. 성패는 향후 시장상황, 운영역량에 따라 갈릴 수도 있다. 다만 개방형 플랫폼이 생태계 참여자에게 주는 효용과 그에 따른 생태계 확장성을 고려할 때, 개방형 플랫폼 전략은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건강한 성장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