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이 조만간 테이퍼링을 마무리하고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영국 파운드화를 제치고 달러화가 기축통화가 된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큰 후폭풍을 몰고 왔다.
이와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것이 달러 밀크셰이크 이론이다. 미국의 투자가인 브렌트 존슨(Brent Johnson)은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고, 달러 강세는 전 세계의 투자 자금을 미국으로 빨아들일 것이라 예상한다.
그는 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연준의 역할을 빨대를 꽂은 밀크셰이크에 비유한다. 연준이 금리를 인하하고 양적완화(QE)를 시행하면, 신선한 우유가 밀크셰이크 병에 주입될 때와 같이 글로벌 자금이 이머징 마켓과 고위험 채권 그리고 주식시장으로 몰려 간다.
이 때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개선된 유동성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는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 1년, 2007-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1년 911 테러 이후, 그리고 1990년대 전반기가 그랬다.
그 결과 1990년대 후반에는 거대한 닷컴 버블이, 2000년대 중반에는 전대미문의 부동산 버블이, 그리고 최근에는 부동산·주식·채권·비트코인까지 전방위에 걸쳐 가격 버블이 나타났다. 그러자 연준은 물가 불안을 막고 금융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은 마치 밀크셰이크에서 우유를 들이마시는 것과 같이 달러화 자금을 미 본토로 회귀시킨다. 금리인상으로 위험도가 커진 이머징 마켓과 하이일드 채권, 그리고 주식 시장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안정자산인 미 국채시장으로 향한다. 달러화 강세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자금 흐름의 큰 방향이 바뀌면 전 세계 곳곳에서 부정적인 징후가 나타난다. 경상수지 적자로 외환보유고가 튼튼하지 못한 개발도상국은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외환위기를 겪는다. 최근 터키 리라(Lira)화의 폭락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부동산과 주식 시장에 끼어 있던 버블이 붕괴되면서 금융위기가 심화한다. 달러화 가치의 상승은 미국 수출기업의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초래한다. 가계의 부(wealth)가 줄어들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기업의 투자도 감소한다.
독자들의 PICK!
그럼에도 만기가 10년 이상인 미국의 장기 국채 가격은 안정자산 희구 심리에 영향받아 오히려 가격이 오른다. 그로 인해 국채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국채 수익률(yield)은 하락한다. 그 결과 장기 국채와 단기 국채 간 수익률 차이인 만기 스프레드(term spread)가 축소된다. 연준 금리 인상의 직접적 영향으로 단기 국채의 수익률은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간 벤 버냉키(Ben Bernanke) 전 연준 의장을 비롯한 통화경제학자들은 장단기 금리 역전을 금융시장 붕괴와 경기 침체를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로 여겨 왔다. 실제 2000년 닷컴 버블과 2006년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에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었다.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19년 하반기에도 마찬가지였다.
현재에도 미 국채 장단기 금리 스프레드 축소가 진행 중이다. 올해 3월 1.58%였던 10년 만기 국채와 2년 만기 국채 간 금리 차이는 최근 0.75%로 줄어들었다. 파월 연준 의장의 발표대로 내년 단기 금리를 0.9%까지 올릴 경우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명심해야 할 것은 40년 만에 처음 겪는 강력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상 강도가 예상보다 훨씬 세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럴 경우 금융 시장의 붕괴 속도도 상당히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기축 통화국이 아닌 한국 정부와 투자자가 이 가능성을 염두에 둔 컨틴전시 플랜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