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디지털 기술에 대한 두 가지 불쾌한 경험

[투데이 窓]디지털 기술에 대한 두 가지 불쾌한 경험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2021.12.23 02:05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얼마 전 실제 겪은 일이다. 마산의 경남대학교가 주최한 세미나에 초청돼 발표자로 참석했다. 디지털 혁명 시대의 시민 소양인 디지털 리터러시를 주제로 열린 세미나였다.

행사는 오후였지만 행사 전 발표자, 토론자가 함께하는 오찬 일정이 있었다. 마산역에 내리자 오찬장소로 오라는 안내메시지가 왔고 시간에 맞춰 도착하려고 서둘러 택시승강장으로 향했다. 택시를 잡아탔는데 기사분이 칠순은 되어 보이는 어르신이었다. 목적지가 식당이었는데 기사분이 연로한 어르신이라 잘 찾아갈 수 있을지 내심 걱정이 됐다. 삼대초밥 식당으로 가려는데 혹시 아시느냐고 물었더니 자신 있게 아신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역시 경력이 많은 어르신이라 지역 식당을 두루두루 아시나 보다라는 생각에 처음에 기사분이 어르신이라 걱정한 것이 괜히 미안해졌다. 20여분 후 기사분이 도착했다고 하시길래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식당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식당이냐고 물으니 "여기가 삼계초등학교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하셨다. 삼대초밥으로 가자고 했는데 청력이 안 좋으셨는지 삼대초등학교로 듣고 전혀 엉뚱한 곳으로 온 것이다. 화를 낼 수도 없고 해서 다시 방향을 돌려 반대방향의 목적지로 향했다. 어르신은 내비게이션 사용에도 익숙하지 못해 뺑뺑 돌았고 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약속시간에도 늦고 택시비도 2배로 지불해야만 했다. 애초에 내비게이션으로 목적지를 찍고 왔다면 쉽게 약속시간에 맞출 수 있었을 텐데 디지털 기술에 서툰 어르신은 본의 아니게 손님에게 민폐를 끼친 셈이다. 도착부터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더 불쾌한 일은 늦은 밤, 서울에 도착했을 때였다. 당일 행사라 세미나 후 저녁식사를 하고 고속열차로 서울역에 도착했다. 밤 11시가 넘었고 서부역 쪽에서 택시를 기다렸다. 택시승강장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꽤 많았고 한참을 기다렸지만 좀처럼 줄이 줄지 않았다. 그런데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 중 상당수가 택시를 기다리면서 호출 앱으로 택시를 불렀고 호출에 성공한 승객은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근처로 이동해 택시를 잡아타고 가버리는 것이었다. 개중에는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이가 많았는데 이런 얌체들을 보며 나이 든 사람들은 불평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역 근처 택시승강장에서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는 사람이나 그 호출에 응해 승객을 낚아채 가버리는 택시기사나 시민의식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통제하지 않았고 이런 합법적인 비윤리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는 현장을 목격하면서 당일 마산에서 겪은 일이 겹쳐지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같은 날 겪은 2가지의 불쾌한 경험은 모두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것이었다.

마산의 어르신 기사분은 디지털 기술에 서툴러 손님에게 민폐를 끼쳤고 서울의 승객들은 디지털 기술을 약삭빠르게 남용해 다른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디지털 혁명 시대에는 디지털 기술에 서툴러도, 아니면 지나쳐도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다. 어르신 기사분은 문명의 이기인 디지털 기술을 제대로 배우고 이용했으면 좋았을 테고, 서울역 택시승차장의 얌체 승객들은 이런 장소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디지털 기술을 모르면 불편한 시대에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과유불급이다. 시도 때도 없이 디지털 기술을 남용하면 그것 또한 민폐가 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지나치면 민폐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기술이 건전한 문화로 정착돼야겠지만 기술에 앞서 사람들 마음속의 윤리의식이 먼저다. 디지털 기술이 사생활 침해와 해킹 등 범죄에 이용되는 것만 나쁜 것이 아니다. 기술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우리에게 편익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지 않을 때 비로소 인간을 위한 기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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