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쇼핑몰의 한 기능이 탄생시킨 기부문화

[투데이 窓]쇼핑몰의 한 기능이 탄생시킨 기부문화

김인권 J트렌드 칼럼니스트
2021.12.24 02:05
김인권 칼럼니스트
김인권 칼럼니스트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 중에서도 글로벌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세는 매우 놀랍다. 한국의 경우 네이버 쇼핑, 쿠팡, 쓱닷컴, 지마켓 등 토종 쇼핑몰들이 엄청난 자금력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대기업의 직진출을 막아내며 시장을 지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현상이다.

이와는 달리 일본의 온라인 쇼핑몰 시장에서 오랫동안 수위 자리를 지키는 업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쇼핑몰인 아마존(Amazon)이다. 일본 토종 온라인 쇼핑몰인 라쿠텐이 1등을 다투며 선전하고 있지만 세계 5위 규모의 아마존재팬의 위상은 대단하다.

이 아마존재팬 쇼핑몰 내의 특별한 기능이 의미 있는 곳에서 활용되고 있어 잔잔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아마존 쇼핑몰 내의 '갖고 싶은 물건 리스트 기능'이 그것인데,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이 운영 중인 '상품 찜하기' '위시리스트' 등의 코너와 비슷한 구조로 보이지만 확연하게 다른 부분은 선물받기 기능이다.

원래 '상품 찜하기'는 '지금은 사지 않지만 관심 많음' '가격이 떨어지면 사고 싶다' 등의 상품을 나열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용 목적이다. 웬만한 쇼핑몰들은 이 기능을 통해 관련 상품들의 정보들을 보내주거나 가격할인 시 알람 제공을 통해 구매유도를 하면서 고객만족과 매출증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재팬에서 이 기능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들의 리스트를 아이템 또는 테마별로 작성해서 만든 후 링크를 복사해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재미있고 의미있는 사연과 함께 선물받기를 원하면 그걸 확인한 팔로워들이 실명 또는 익명으로 선물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독특한 서비스다.

그런데 일본의 한 동물원이 이 기능을 적극 활용해 동물가족들이 꼭 필요한 물품들을 기부받기 시작했고 다른 지역의 동물원들도 이를 따라 하면서 작은 붐이 일어나고 있다.

치바시(千葉市) 동물공원은 리모델링 등으로 재무상태가 악화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부제도의 도입을 생각하던 중 아마존의 '갖고 싶은 물건 리스트' 시스템을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실현했다. 그 첫 테스트로 동물들이 여름의 무더위를 식히기 위한 실리콘류 제품을 아마존 쇼핑몰에서 검색한 후 앞서 얘기한 프로세스를 통해 트위터에 선물받기로 게재했더니 불과 30분 만에 사이트의 물건이 동날 정도의 예상치 못한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이 동물공원에서는 지금까지는 돈으로만 기부를 받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직접 물건을 기부받는 구조가 한 쇼핑몰이 만들어놓은 서비스를 통해 생긴 것이다. 또한 치바시뿐만 아니라 이 소식이 전국 동물원으로 전파되면서 기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다른 동물원에서는 고릴라나 오랑우탄이 야생에서 침대 재료인 나뭇잎이나 가지의 대체재인 마대자루 재료를 그동안은 실비로 구입하거나 인근 커피숍에서 기부받아서 근근이 쓰곤 했는데 아마존의 이 기능을 활용해 고릴라의 사연을 담아 리스트를 올리자마자 바로 40장을 선물받았다고 한다.

이런 현상은 기존 포괄적인 기부제도에 비해 어느 동물에게, 무엇 때문에, 어떻게 사용되는가라는 목적을 알고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지원할 수 있어 호평을 받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고릴라의 몸관리를 위한 체온계, 코끼리용 대형 선풍기 등 명확한 사용처를 게재해서 받은 물건을 동물들이 사용하는 모습을 홈페이지와 SNS에서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여줌으로써 기부자가 한껏 보람을 느끼게 하고 있다.

더욱 의미있는 것은 동물원에서 시작된 이 기능이 재해와 아동보호시설 지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점이다.

최근에는 '산타클로스 대작전'을 내걸고 치바 시내의 아동보호시설에 사는 아이들에게 줄 장난감을 선물받았는데 공개 5일 만에 품절됐다고 한다.

흔히 기업 내에서는 "매출이 인격"이란 말을 자주 하는데 이런 기능이야말로 매출은 물론 기부문화를 즐겁게 확대하는 '넛지'이자 '인격'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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