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늦었지만 이제야 대권주자들의 과학기술 공약이 어느 정도 윤곽이 보이기 시작한다. 과학기술 부총리 신설, 새로운 성장동력을 위한 선택과 집중분야, 대통령의 과학기술 리더십 발휘, 연구환경 개선, 무엇보다 과학기술 거버넌스를 개편하겠다는 공약들은 표현과 수준만 다를 뿐 대권주자 모두 일치하는 공약의 방향성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인력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상근 상당인력 기준 총연구원 수는 43만690명으로 전년 대비 2만320명 늘었다. 인구 1만명당 연구원 수, 취업자 1000명당 연구원 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연구인력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 미국 143만4415명의 30.0%, 일본 67만6292명의 63.5%, 중국 1886만6109명의 23.1% 수준에 불과하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중은 세계 최고지만 연구·개발 투자의 절대규모는 선진국과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동안 연구·개발 인력양성과 투자에 힘써온 결과지만 우리의 한계일 수도 있다.
대권주자들이 모두 언급하듯 대전환의 시대다. 그만큼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세계는 경쟁적으로 치열하게 돌아간다. 하지만 연구현장과 산업현장의 목소리는 그 이상으로 심란하다.
시스템반도체, 바이오의료, 미래차와 함께 빅3 분야로 불리며 정부가 집중투자하는 미래차 분야를 살펴보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미래형 자동차산업에 종사하는 산업기술 인력은 총 5만533명이다. 연평균 74.7% 증가해 2015년 말 9467명에서 무려 5.3배 인력이 늘었다. 하지만 2028년까지 필요한 인력수요는 8만9069명으로 조사돼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필자는 관련분야 중견·중소기업들과 만날 기회가 많았다. 경영진의 목소리는 모두 똑같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버텼지만 대전환의 시대 앞에선 연구소도 기업들도 모두 지속가능성이 위태롭다는 의견이다. 특히 지방으로 갈수록 대기업 협력업체들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원청물량과 품질 맞추기도 급급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도 인력을 구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최근 대전환에서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나 첨단분야 전공 지역대학 졸업생도 모두 수도권으로 밀려드는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개발은 꿈도 꾸지 못한다. 경영진도 대응의 필요성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솔루션이 없다는 하소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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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 주도로 막대한 첨단분야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진행했음에도 소프트웨어 인력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난리고, 특히 기존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으로 진화하면서 관련 소프트웨어와 전기차 인력구인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첨단기술 기업일수록, 규모가 작을수록 수도권과 멀어질수록 점차 심각해진다.
어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최근 소프트웨어분야 확보경쟁도 벌어졌지만 대학과 과학기술 연구·개발 정책과 분리도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학령인구가 대학 정원을 넘어서자 대학은 구조조정 중심으로 정책이 진행되고 과학기술 정책은 가장 중요한 인력을 육성하고 공급하는 교육정책과 함께 논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디지털 대전환뿐만 아니라 탄소중립 2050, RE 100, EU 택소노미 등 서서히 몰려드는 변화의 영향력은 막대한 수준이다. 하지만 후보들의 포부처럼 원활히 진행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과학기술 인력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공약과 실행체계가 필요하다.
인간 중심의 과학기술은 과학기술의 영향력이 인간에게 선하게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지만 과학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인력의 중요성도 의미한다. 과학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과학기술 인력의 산실인 교육정책과 함께 논의해야 하고 연구·개발 주체인 기업, 정부출연연 등과 효과적인 상호 역할분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를 기점으로 대학 입학연령(만18세) 인구가 입학정원에 미달하기 시작했고 2024년까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1년 등록자기준 전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4만586명이 미충원됐고 생산연령인구도 2020년 3738만명에서 10년 후인 2030년에는 357만명 감소한 3381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의 현실이다.
대전환 시대를 전제로 다양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하지만 대전환되지 않은 과학기술 정책 제안은 대전환 속도와 반비례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