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행사를 치러야 하는 중국은 간소하고 안전하고 흥미로운 올림픽이라는 구호를 앞세웠다. 그러나 개막식에 위구르족 선수가 최종 성화 점화자로 나서고 한복을 입은 조선족이 등장하자 이를 비판하는 여론이 급속히 퍼져나갔다.
위구르족과 조선족이 개막식에 등장한 까닭은 중국의 소수민족정책 때문이다. 중국은 전체 인구의 92%를 차지하는 한족과 55개 공인된 소수민족을 바탕으로 구성된 국가다. 55개 소수민족은 대부분 다른 국가에는 살지 않거나 역사적으로 국가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나 만주족, 몽골족, 티베트족, 위구르족, 조선족 등은 다르다. 이들은 근대 이전부터 왕조를 세웠거나 주변에 자기 민족을 중심으로 한 국가가 존재하는 경우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는 지금 중국 정권은 이들이 정치 세력화해 혹시라도 국가가 분열될까 극도로 예민한 태도를 보인다. 그래서 헌법에도 '모든 소수민족의 평등, 단결, 호혜, 화합'을 전제하고 '차별과 억압을 금하며' '민족의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강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소수민족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하고 발전케 할 자유가 있다고 선언한다.
조선족의 한복은 이런 맥락에서 중국이 유지하고 보호해야 할 문화유산이 된다. 김치, 한복, 아리랑 등의 문화유산을 두고 중국과 갈등이 발생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한국 국민이 반발할 게 뻔한데도 중국은 때마다 이들을 문제의 장으로 끌고 나온다. 그러므로 이는 돌발적이거나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다. 이런 문제를 겪을 때마다 우리는 정서적으로 반응하게 되지만 그 안에 숨은 논리를 자세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한국문화, 중국문화 등은 문화에 국적을 부여한 표현이다. 그런데 한국, 중국 등의 근대 '국가는 20세기 이후 등장했다. 따라서 이런 '국적문화'(national culture)는 영원히 불변하는 개념이 아니다. 시대에 따라 그것은 조선문화가 될 수도 있고 한국문화가 될 수도 있다.
이를 '민족문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민족은 북한과 중국, 일본, 미국, 중앙아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나가 있다. 한반도 바깥의 한민족은 자신이 살아가는 영토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그 국가의 보호를 받고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 한복이라는 우리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보존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국적문화와 민족문화 개념을 구분해야 한다. 김치와 한복을 세계인이 함께 누리고 즐긴다면 좋은 일이다. 중국이 한복을 침탈해간다는 주장에 앞서 이런 논리를 잘 따져봐야 한다. 문화유산의 점유권 또는 소유권은 특정한 국가에만 소속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문화유산의 기원을 주장하면서 종주국 논쟁이 벌어지면 문제가 달라진다. 김치와 한복이 중국에서 발원했다는 주장은 분명히 잘못됐다. 우리도 중국에서 건너온 유가를 받아들이고 한자를 쓰고 만두를 먹고 살지만 이들이 한국에서 기원했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문화란 어느 곳에서 시작되더라도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국경을 넘어 전파되고 수용된다. 그렇게 흐르는 문화는 본래 모습을 바꾸면서 더 풍요롭고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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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공정' '한복공정' '문화공정'이라는 말로 이런 문제를 설명하려는 태도 또한 재고가 필요하다. '공정'(工程)이라는 중국어는 '사업' '프로젝트'의 뜻이 있다. 정부나 공공기관이 일정한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는 공공사업에 주로 붙이는 말이다. '동북공정'을 겪은 우리의 상처가 만들어내는 표현이기에 안타깝기 그지없으나 이런 말들을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유산을 둘러싸고 중국에서 일이 벌어질 때마다 심기가 불편해지지만 그 불편함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를 잘 살펴 냉철한 논리로 맞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