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상장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기술특례상장이라는 제도를 운용한다는 점이다. 전문평가기관을 통해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의 기술을 평가해 적격성이 인정되면 이후 상장예비심사를 통해 상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아직 매출이나 수익이 없는 기업들도 상장이 가능하게 됐고 17년 동안 2021년 말 기준으로 143개 넘는 회사가 이 제도를 통해 상장했고 이들 회사 중 93곳이 바이오, 50곳이 다른 산업분야의 회사며 지난해
기술성평가를 통해 상장한 비바이오 분야의 회사 비율이 바이오회사 상장 수를 넘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는 도입 이후 평가기관의 확대 등 몇 차례 소소한 변경이 있었으나 상장 시 기술을 평가한다는 기조는 당연하게도 변함이 없다. 이 제도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운용되는 독특한 제도이기는 하나 경영성과가 아직은 부족하더라도 보유한 기술과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으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그동안 나름의 성과와 의미가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 시장에서는 별도 기술성을 평가하는 제도 자체가 없다. 상장하고자 하는 기업의 적법성이 인정되면 원하는 시기에 상장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상장시장의 경우 수익이 아직 없는 기업의 경우 상장 자체가 불가능한 곳도 있기는 하다. 기술성평가제도는 그동안 나름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개선되고 발전됐고 이를 통해 많은 바이오기업이 상장특례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시장에서는 시기별로 기술성평가 시 기준의 적용이 명확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점은 깊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IPO는 기업의 내용을 공개함으로써 공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식 절차일 뿐이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 시절에 한정된 주주들만이 취득한 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기업이 평가를 받게 되고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금융당국 및 한국거래소는 기업을 선별하고 투명하게 기업 내용을 공개하는 과정을 통해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장의 제도적 안전성을 고려하게 된다. 즉 검증된 기업들이 상장 자격을 얻는 것이다.
상장 기술성평가에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은 아마도 평가의 전문성과 신뢰성 부분일 것이다. 평가기관마다 평가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평가기관으로 지정되느냐 또는 어느 시기에 평가가 의뢰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의견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평가의 객관성에 신뢰를 주기 어렵다는 의미로 읽힐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술성을 어떻게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하나의 기업을 보는 시각은 다양하며 기술을 보는 시각도 당연하게도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본인들의 기술이 좋지 않다고 하는 회사들은 본 적이 없다. 어느 회사나 기술성을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기술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는 벤처캐피탈들조차 그 모든 회사에 다 투자하지는 않는다. 회사를 평가하고 보유한 기술의 평가기준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선별하고 고민해서 투자를 진행한다. 평가기관별로 전문가 구성이 다르고 당연히 다양한 시각에 따른 다양한 평가기준이 존재할 것이다. 최고의 회사들이 좋은 기술성을 보유한 경우가 많지만 최고의 기술을 가진 회사가 최고의 회사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제도의 취지에 맞게 기술성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검증하는 것은 필요하다. 다만 평가의 기준점들을 명확히 제시해준다면 기업들은 본인들의 위치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상장준비도 그만큼 내실 있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상장 기술성평가 개선방안을 새로 구축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요소인 기술성평가에 대한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모델이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양한 회사의 모든 내용을 꼭 정형화한 틀이나 하나의 잣대로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시장에서 수긍할 만한 객관적인 신뢰를 보여주고자 하는 시도는 대환영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