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베이징 올림픽과 글로벌 공공외교

[투데이 窓]베이징 올림픽과 글로벌 공공외교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럭스로보 고문)
2022.02.23 02:03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최연구 과학문화칼럼니스트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이런저런 오점을 남기고 폐막했다. 개막식에 등장한 한복은 때아닌 '한복공정' 논란을 불러왔고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분노하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방중한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나 양국 국회의장 회담을 했고 한국 측의 우려를 전하면서도 한중 문화콘텐츠 교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에서는 미국 주도로 중국 인권문제를 비판하며 선수단 외에 정부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이 이뤄졌다. 이는 앞으로 미중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올림픽 단골메뉴인 편파판정 시비도 어김없이 등장했고 누리꾼간 설전으로 번졌다. 세계인의 스포츠축제이자 평화의 전환점이 돼야 할 올림픽이 문화공정 시비나 정치논쟁으로까지 비화한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근대올림픽의 아버지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로 심신을 단련하고 우정, 연대, 페어플레이 정신을 고양하며 평화롭고 더 나은 세계 실현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국제협력과 화합을 도모하는 훌륭한 외교의 장이다. 무릇 올림픽이 지향하는 외교는 국익보다 글로벌 시민연대를, 경쟁이나 갈등보다 협력과 평화를 앞세워야 한다.

원래 외교는 국가간 공적 관계며 외교관이나 정부기관에 의한 주권국가간 공적 관계의 조정을 의미한다. 전쟁, 무역분쟁 등 전통적 분쟁에서는 국가 이익이나 이해가 분명했기에 외교도 이익충돌과 조정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21세기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는 전혀 새로운 환경과 격변에 직면했다. 오늘날 세상은 무력충돌과 힘의 논리가 지배한 제국주의 시대와 완전히 다르다. 바야흐로 인류는 전대미문의 위기와 미래 불확실성 앞에 함께 서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위기가 그러하고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인류의 생존위기가 그러하다. 물리적 영토나 국경이 없는 사이버 영토에서 이뤄지는 글로벌 대전환도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디지털 대전환에 수반하는 메타버스, 블록체인, NFT 등 첨단기술들은 결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

인류가 맞닥뜨린 글로벌 난제는 몇몇 나라의 노력과 리더십, 일부 국가의 참여나 협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정치, 경제, 산업, 사회, 문화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대전환기의 외교 또한 이에 걸맞은 옷을 입어야 한다. 전통적 정치외교, 경제외교라는 무거운 정장보다 문화외교, 시민외교, 공공외교 등 친근한 캐주얼복장이 어울린다. 국제사회 질서는 힘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그 힘은 상대국을 군사적으로 압도하고 무차별 경쟁으로 격차를 벌리는 하드파워가 아니라 친근한 매력으로 설득하고 공감을 얻는 소프트파워여야 한다. 21세기 국력의 원천은 군사력, 경제력이 아니라 문화의 힘, 시민사회의 역량이다. 외교는 국가권력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각국 시민단체가 함께 거리로 나서고 팬데믹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단체가 자발적으로 연대해 머리를 맞대고 인권과 차별을 극복하기 위해 청년이 국경 없는 연대를 형성하고, 잘 사는 나라 NGO가 저개발국 무상원조에 나서는 것도 더 나은 지구촌을 위한 공공외교다.

1차 세계대전 시기에 프랑스 정치가 조르주 클레망소는 "전쟁은 너무나 중요해 장군들에게만 맡길 수 없다"고 말했다. 인류의 미래도 너무나 중요해 정치인에게만 맡길 수 없고, 외교 역시 너무나 중요해 외교관에게만 맡길 수 없다. 시민이 나서고 참여해야 한다.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대통령선거가 임박했다. 대선판을 집어삼킨 정치, 안보, 산업, 일자리 등 거대 이슈 때문에 시민외교, ODA, 재외동포 문제, 글로벌 불평등 해소, 과학외교 등 공공외교 이슈가 뒷방으로 밀려나버렸다. 하지만 지구촌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느 것 하나 놓쳐서는 안 될 중차대한 국가적 어젠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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