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은 듣고 싶은 음악이 있을 때 인터넷 음원사이트에서 파일을 내려받거나 스트리밍(streaming) 서비스로 듣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사이트에서 음악을 1분 동안 무료로 들을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를 통해 구매자들은 모든 음악의 도입부를 감상할 수 있는데 이렇게 서비스에 시간제약을 두는 것은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함이지만 워낙 많은 음악상품이 공급돼 구매자들이 일일이 감상하고 평가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터넷동영상이나 공중파방송 중간에 삽입되는 광고 또한 마찬가지인데 시청자들에게 수십 초에서 수 분의 짧은 시간 동안 마케팅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더 나가 컴퓨터로 인터넷창을 하나만 열어도 상하좌우에 광고배너창이 같이 생성돼 다양한 상품정보를 보여준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단편적인 마케팅정보가 최대한 많이 공급되는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소비자들이 하루에 접하는 상품 관련 정보의 가짓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처럼 마케팅정보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찰나의 시간 동안 흥미를 끌지 못하는 것은 바로 무시해버리고 다음 정보로 넘어가곤 한다. 시간을 두고 고민해 선택하기보다 직관적이고 수동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빈도가 높아지는 사이에 소비자는 정보의 바다에서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게 된다. 나에게 다가오는 정보는 차고 넘치게 많지만 이들을 즉흥적으로 검토하다 보니 머리에 남는 것은 별로 없고 나중에 내가 잘 구매했는지에 대한 확신도 들지 않는다. 그냥 정보 사이에서 허우적대다 대충 하나 골라잡은 느낌도 든다. 그러다 보니 상당수 소비자는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치를 살피고 그냥 유행을 따라가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기기도 하는데 SNS에서 수만 명의 팔로워(follower)를 둔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영향력이 막강해진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라방'으로 불리는 라이브커머스(live commerce)에서 상품에 대한 유명 인플루언서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완판되는 사례가 종종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인 구매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줏대 없이 얇은 귀를 가진 소비자가 나만은 아닌 것 같다.
이와 같은 단편적인 마케팅정보의 대량공급현상은 우리를 둘러싼 삶이 오프라인 중심에서 온라인 중심으로 전환된 데 따른 결과로 보기도 한다. 과거 인터넷으로 지칭되는 ICT(정보통신기술)가 물건을 사고파는 데 별로 개입하지 않던 시절에는 구매자나 판매자 모두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가며 상품정보를 주고받았는데 현재는 스마트폰 앱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기만 하면 거의 무한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온다. 갑자기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곳에서 손으로 물을 떠마시다가 바다에 풍덩 빠져버린 느낌이다.
어떤 것이 옳은 소비방식인지에 대한 답은 없다. 상품구매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기만족이므로 그저 각자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면 되는 것이다. 다만 최소한 내가 제대로 맞게 하고 있는지 정도는 한 번씩 고개를 들어 살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