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하는 데 기여한 한국, 일본, 중국이 한꺼번에 궁지에 몰렸다. 당장 미국의 금리인상과 강(强)달러가 부담이다. 미국의 리쇼어링은 생산설비와 일자리 이동에 그치지 않고 돈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고 있다. 3국의 총인구 감소는 성장엔진이 식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징후는 환율에서 선명히 드러난다. 원/달러 환율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치솟았다. 달러당 150엔에 육박한 엔/달러 환율은 1990년 이후 32년 만의 최고치다. 중국은 위안화 가치의 마지노선인 포치(달러당 7위안)를 막지 못했다. 화폐가치가 국력의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가볍게 지나칠 대목은 아니다. 외환보유액은 계속 축나고 있다. 한국의 지난 9월 말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다. 전월보다 196억6000만달러 줄었다. 2008년 10월(274억2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감소폭이다. 10월에도 외환시장에서 미세조정을 했으니 3000억달러대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일본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9월 외환보유액 규모는 8월보다 540억달러 급감한 1조2380억달러였다. 2017년 3월 말 이후 최저치다. 월간 감소폭은 역대 최대였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290억달러로 3조달러가 붕괴되기 직전이다. 전달보다 259억달러 감소해 4년래 가장 적은 규모다.
3국의 공통점은 에너지와 식량의 수입 비중이 높아 외환보유액을 많이 쌓아둬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원유와 LNG(액화천연가스) 밀 등의 가격이 치솟아 달러소모가 많았다. 환율방어를 위해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해왔지만 추세를 뒤집지는 못한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고 강달러를 의도할수록 3국의 수입 비용부담은 커진다. 여기에다 미국의 리쇼어링은 무역으로 지탱하는 나라에 치명적이다. 이는 미국이 무역적자를 내면서 상품을 사고 달러를 공급하던 그동안의 패턴이 파괴된다는 것을 뜻한다. 근본적으로 판이 달라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3국의 인구감소는 경제활력을 떨어뜨릴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부터 총인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일본은 2009년부터 그랬다. 중국도 곧 같은 처지가 된다. 고령화로 정부지출은 늘고 재정수입은 빈약해진다. 성장둔화 또는 정체는 불가피하다. 반면 미국은 지난해 3억3260만명으로 전년보다 60만명 늘었다.

이런 지각변동의 흐름을 볼 줄 알아야 지정학적 사건·사고가 야기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폭파는 천연가스와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비료가격에 반영되고 식량가격에 전가된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 덕분에 미국은 상반기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고 미국의 비료산업은 천연가스 가격급등으로 유럽의 비료공장이 가동을 멈추면서 입지가 강화됐다. 천연가스와 비료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달러를 더욱 축적하는 구조가 됐다.
이 같은 변화는 개인의 일상생활을 지배한다. 천연가스와 비료, 곡물 등의 가격이 추가로 오르면 과자, 라면 등 에너지와 식량을 수입해 만드는 것들의 가격인상은 불가피하다. 외식물가도 덩달아 뛸 것이다. 말 그대로 '먹고' 사는 일이 더 힘겨워진다. 엥겔지수가 높아진 데 따른 궁핍을 피할 수 없다. 개별국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해 환율안정이 절대적이지만 뾰족한 방법은 없다. 미국과 통화스와프를 말하지만 상시 통화스와프국인 일본의 엔화, 영국의 파운드화 추락을 보면 통화스와프로 환율을 진정시킬 수 없다. 판의 재편은 국가, 기업, 개인의 부를 재편할 것이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오프쇼어링에서 리쇼어링으로, 자유무역에서 보호무역으로, 인구증가에서 인구감소로 시대의 조류가 바뀌었고 그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혹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