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실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한 경우는 더욱 그렇다. 조금만 더 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해야만 그나마 더 큰 실패를 막고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정부가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책의 경우 더욱 그렇다. 많은 정책은 명분과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 추진되며 그것을 포기한다는 것은 대의명분을 저버리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러한 결정을 내린 주체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하게 된다. 그렇기에 누구도 자신이 그런 결정과 판단의 주체가 되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더 많은 노력과 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지만 과감한 새로운 시도를 해볼 용기와 확신은 없다. 그렇기에 기존 방식은 반복되고 결과는 거의 변하지 않는다.
저출산 대책은 실패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성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저출산 현상이 보편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960년대 후반 2.09%로 정점을 찍은 세계 인구 증가율은 점점 낮아져 2023년에는 처음으로 1%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활동인구의 경우 2017년부터 증가율이 1% 이하로 낮아지면서 이미 전 세계 국가 가운데 25%에서 노동력이 감소했다. 저출산은 대한민국만의 문제라기보다 세계 공통의 문제가 된 것이다. 단지 우리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러한 추세를 늦추기 위해 노력해야지 이를 역전하려는 노력은 현실적이지 않은 것이다.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저출산을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저출산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 저출산을 전제로 한 새로운 사회구조와 복지모델을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민을 통한 외국인 노동력 활용의 경우도 점차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진다. 노동력 공급의 원천이 돼줄 것 같은 동남아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태국의 고령화 속도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고 베트남도 2017년부터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반이민을 내세워 파격적인 대책을 통해 출산율을 높이는데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헝가리조차 외국인에 대한 노동허가를 완화하면서 노동력 확보에 나섰다. 산업현장과 간병 등 사회기반이 되는 분야의 인력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더 심화하기 전에 적극적인 해외 인력확보를 위한 대책을 시행해야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머뭇거린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감소를 전제로 경제성장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성장을 결정짓는 요소는 노동력과 자본, 그리고 생산성의 3가지 요소다. 노동력 감소는 자본증가와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할 수 있다. 인구감소가 본격화할수록 기술혁신을 통한 생산성 증가는 더욱 중요해진다. 당장 중국의 경우 지난 3월 새로운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성장률 목표 대신 성장률을 웃도는 노동생산성 성장률 달성을 제시하면서 인구증가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성장모델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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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다. 저출산과 급격한 인구감소를 실업에 대한 부담 없이 로봇과 AI 등 기술발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미래의 모습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현실부정이야말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