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미국 주식시장은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예상을 뛰어넘는 기업 실적의 호조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정보제공사 리피니티브(Refinitiv)에 의하면 S&P 500 상장기업 가운데 77%에 해당하는 회사의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상회했다고 한다.
실제 미국을 대표하는 500개 대형 기업이 발표한 1분기 주당순이익(EPS)은 시장 전망치를 6.8% 상회했다. 이 수준의 실적 서프라이즈는 장기 평균치인 4.1%보다 크게 높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양호한 실적 발표를 굿뉴스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발표된 실적치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다수의 기업이 회계적 조작에 가담했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 근거로 이익 부풀리기 척도가 최근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인디애나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인용했다.
예를 들어, 빅테크 기업인 구글은 컴퓨터 서버의 사용연수를 2년 늘이는 방법으로 10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했다. 또한, 중고차 매매 플랫폼인 카바나는 자동차의 평균 판매 수익 전망치를 조정해 대손상각비용을 줄임으로써 손실이 큰 폭으로 끌어내렸다.
구글이나 카바나의 회계가 미국의 일반회계원칙(GAAP)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일부 기업은 회계원칙에도 없는 프로포마(pro forma) 이익 산출을 통해 투자자를 호도한다. 일회성 손실을 제외하고 정상적 상황을 가정해 이익을 재산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금융정보회사 캘벤치(Calbench)에 의하면 작년 한 해 S&P 500 기업들이 프로포마 이익 조정을 통해 부풀린 순익 규모는 회사당 평균 11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이들 기업이 회계원칙에 맞게 산정한 순익의 평균치인 29억 달러보다 38%나 높은 것이다.
문제는 기업들의 프로포마 이익 조정 시도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1년 S&P 500 기업들이 이런 방법으로 부풀리고자 한 이익의 규모는 회계원칙에 따른 순익의 14%에 지나지 않았다. 미 증권선물위원회(SEC)도 이익 조정이 불법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순익 부풀리기에 나서는 이유는 간단하다. 실적이 시장 전망치보다 낮을 경우 경영진의 자리보전이 힘들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시장 자체의 문제도 있다. 투자자들이 단기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경영진도 단기적 시각에서 이익 향상에 집중하게 된다.

독자들의 PICK!
그런데 투자자와 경영자의 이런 탐욕이 초래하는 해악은 자본시장 자체의 건전성을 해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당기순이익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매출을 늘려야 한다. 매출은 판매량과 판매단가의 함수다. 이 중 기업 입장에서 쉽게 조정할 수 있는 것은 판매단가다.
노동시장의 경직성으로 비용절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익 마진을 높이기 위해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이는 물론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킨다. 현재의 물가 상승이 마진 인플레이션 또는 탐욕 인플레이션(greedflation)으로 진화하며 쉽사리 잡히지 않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