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의 난자, 정자가 수정(受精)해 새 생명의 탄생까지를 아주 간단히 간추려 볼 참이다. 질(膣, vagina) 안쪽 깊숙이 뿌려진 정자들은 다퉈 줄달음질한다. 물론 정자를 가능한 한 난자 가까이 놓아두려고 한가득 뿌려놓았기에 끼리 뿌리치고 밀치며 야단법석이다. 암튼 정자들은 난자가 있는 난관(卵管), 즉 나팔관(수란관) 쪽으로 죄 시끌벅적 떼지어 오글거린다.
버거운 사투를 벌이기 시작한 지 30~60분쯤(정자의 운동속도는 1분에 1~4㎜고 질에서 나팔관 끝까지 약 20㎝임) 난관 끝자락에 있는 난자(卵子) 근처에 도착한 정자(精子)는 고작 200여마리다. 3억~5억마리 정자 중 겨우 200마리만 살아남고 모조리 전사(?)하고 말았다.
난자가 난소(卵巢)에서 이미 배란(排卵)됐으면 곧바로 수정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정자는 마냥 기다려야 하는데 기다림도 한계가 있어서 3일 이내에 임을 못 만나면(수정 못하면) 정자는 죽고 만다. 200마리 중 과연 누가 선택받을 것인가. 행운의 당첨자는 도대체 누구일까. 알고 보니 정녕 나도 이런 기적의 산물이었네!
행운의 수정란(受精卵)이 약 1주일간 난할(卵割)을 하면서 수란관을 타고 내려가 드디어 자궁벽에 착상(着床, implantation)하니 곧 임신(姙娠)이다. 착상 후 2주가 지나면 물질의 이동에 필요한 태반(胎盤, placenta)이 형성되고 드디어 모체에서 양분, 산소, 항체 등 모두를 받게 된다. 3개월이 된 태아(胎兒, fetus)는 '미니인간'으로, 무게는 달걀(60g)보다 적은 50g에 길이 9㎝인데 이전까지는 태아란 말을 쓰지 않고 배아(胚芽, embryo)라고 부른다. 그리고 수정 후 280일(음력 열 달)이면 만삭이 되니 태아가 태어날 시간이다. 모든 태아는 먼저 머리를 밀고 나오는데(여태 머리를 아래로 두고 지냈음) 어떤 녀석은 뜬금없이 다리부터 내밀고 나오니 '거꾸리'로, 의학용어로는 '둔위분만'(臀位分娩)이다.
분만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증상은 '물이 비친다'는 것인데 바야흐로 여태 태아가 몸을 담그고 있던 양수(羊水)가 터지는 파수(破水)와 함께 세상에서 제일 아프다는 산통(産痛)이 시작된다. 산모가 산통을 하고 있노라면 병원에 있던 남편들은 생뚱맞은 그림을 그린다. 처음엔 인간 본능이 발작해 태어날 아이가 '아들(♂)이면' 좋겠다는 생각에 젖다가 산모가 산통을 오래 끌면 '딸(♀)이면 어때'로 별안간 생각이 바뀐다. 그런데 산모가 너무 오래 힘들어하면 '에이 모르겠다, 산모나 건강했으면' 하는 생각으로 확 바뀐다. 그런데 갓난아이가 "으앙으앙" 탄생의 소리를 내지르는 순간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후딱 되돌아간다. 이것은 필자의 경험인데 아마 다른 아버지들도 별로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아들딸 구별은 산모가 더하더라!
수정란이 약 41번의 세포분열을 끝내면 탄생을 시작한다. 여태 탯줄을 통해 산소와 양분 따위를 얻었지만 이젠 탯줄이 잘렸기에 모체로부터 산소 등 모든 공급이 차단되고 말았다. 신생아의 핏속에 이산화탄소(CO2)가 자꾸 늘어만 가므로 이젠 제가 알아서 숨을 쉴 때다. 지축(地軸)을 흔드는 갓난아이의 첫 울음소리를 고고지성(呱呱之聲, the first cry of a newborn baby)이라 하고 고함이 강렬할수록 건강한 아이다. 이제까지 양수에 잠겨 쭈그러든 풍선 같던 허파(폐, lung)가 활짝(좍~~) 펴지는 순간에 울음을 터뜨린 것이렷다!
독자들의 PICK!
태아 때는 우심방에서 좌심방으로 피가 흘렀으니 심방 벽에 나 있던 난원공(卵圓孔, foramen ovale) 판막(瓣膜)이 첫 호흡(고고지성)으로 생기는 혈압에 막히는 등 신체적으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난다. 고고의 울음소리를 우렁차게 내지르며 새 생명이 태어나면서 생리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많다는 뜻이다. 당신은 '낯설고 물선'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제 녹록하지 않은 숱한 가시밭길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나니….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