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의 수업에는 지금까지 세계 57개국 학생들이 참여했다. 몇 년 전 수업 시작 때 어디서들 왔는지 차례로 물으니 한 학생이 뉴칼레도니아에서 왔다고 했다. 호주 바로 동쪽에 있는 남태평양의 프랑스령 누벨칼레도니다. 인구 28만명. 프랑스가 1853년에 강점한 곳이다.
과거 프랑스는 영국 다음가는 식민국가였다. 알제리를 포함해 주로 사하라 이북 아프리카에 진출했다. 제국주의 시대는 오래전에 종결되었지만 미운 정 고운 정으로 경제·사회적 유대는 지속된다. 서로 도움이 되기도 한다. 특히 탈세계화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요즈음 옛날 인연이 탈출구가 되고 있고 프랑스는 수혜자다.
작년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만6000km를 날아 누벨칼레도니를 방문했다. 오래전에 독립을 약속했지만 슬슬 생각이 달라진다. 프랑스인들이 지속적으로 이주하고 있다. 2018년부터 수차례 독립투표를 하고 있는데 아직 반대가 많다. 지구상 니켈의 20%는 누벨칼레도니에서 생산된다. 크롬도 많다. 독립하면 중국 영향권에 편입될 우려가 있다고 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 국제사회에서 가장 존재감이 커진 국가지도자는 마크롱이다. 현재 46세로 역대 가장 젊은 대통령인데 프랑스 국민의 반 이상이 대통령보다 나이가 많다. 2017년 취임해 재선되었고 2027년까지 재임하게 된다. 파리정치대학과 프랑스 최고 엘리트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를 수석졸업했고 정치에 입문하기 전에는 로스차일드투자은행에서 M&A(인수합병) 전문가로 활약했다.
얼마 전 마크롱은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24년 만에 독일을 국빈방문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준 무기로 러시아 본토 기지를 공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반대하지 않았다. 벌써 기억이 희미해졌지만 마크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해 가장 동분서주했던 지도자다.
요즘의 복잡한 국제정세에서 마크롱의 정책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이 프랑스군의 역량 강화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방비가 2.3%로 늘어났고 징병제로 전환할 생각도 하고 있다. 프랑스군은 2차대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재편되고 업그레이드된다. 프랑스의 국방비 지출은 글로벌 6위로 되어 있다. 1960년 당시 국방비는 GDP의 5.4%였다가 소련의 해체와 국제화 시대를 거치면서 2019년 1.9%까지 떨어졌다. 향후 6년간 군사력을 40% 증강하는 것이 목표다. 주로 공군과 해군력, 그리고 정보역량의 증강에 사용된다.
프랑스군은 역사상 가장 강한 군대 중 하나다. 장교들이 프랑스 A급 대학 출신들 못지않은 엘리트고 처우와 지원도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프랑스군은 영국군과 함께 유럽에서 유이한 핵운용군이기도 하다. 약 30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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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은 프랑스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가능성도 종종 거론한다. 프랑스와 러시아의 궁극적 대립을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정 그렇다면 자국에서 싸우기보다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쪽이 낫다. 모스크바에서 파리까지 거리는 뉴욕에서 마이애미까지 거리와 같다. 자연적 장애물이 없다는 점도 같다. 훈련교관들을 보낸다고 하지만 러시아가 역할을 가려가면서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군 지원뿐 아니라 최신 전술 습득이 목적일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는 최고의 드론, 사이버전쟁 역량을 보유하게 된 나라다.
유럽대륙의 지형도를 펴놓고 보면 러시아의 심정이 어떨지 쉽게 알 수 있다. 모스크바는 동서남북 광활한 평지의 한가운데 위치한다. 안보를 위해 2000km 폭의 평원을 방어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발트 3국을 장악하면 600km로 줄어든다. 흑해와 카스피해를 장악하는 것은 덤이다. 2차대전 때 그 사이에 있는 유전지대 볼고그라드갭을 두고 러시아와 독일이 각각 113만명, 85만명의 희생을 치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
대대손손 프랑스의 경쟁자였던 독일은 저출생, 고령화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수출이 막히면 이렇다 할 탈출구가 없다. 그러면 불안하게 되고 독일이 불안하면 세계가 불안해진다. 정치적 이유로 군사력 증강 억제, 원전 완전폐기를 결정한 독일은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차단했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힘 없는 부자라고 했는데 독일이 달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프랑스는 당분간 러시아에 대항하는 유럽연합(EU)의 사실상 지도국가로 부상한다. 마크롱의 리더십은 덤이다. 마침 EU는 남북문제로 경제연합의 기능을 조금씩 상실해 가고 있는데 프랑스는 은근히 환영한다. 경제연합이 아니라면 EU가 우크라이나를 영입하는 데도 부담이 적다. 세계는 중국의 대만 침공 시기로 예상되고 있는 2027년과 푸틴이 6선에 나서게 될 2030년까지 예측 불허의 위험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의 리더십을 기대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