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한국에서도 '저출생'이란 용어를 쓰는게 맞나?"
최근 미국인 방송인 타일러 라쉬가 "한국 사회가 경험하고 있는 저출생 문제는 이미 해외에서 말하는 저출생의 개념을 훨씬 벗어난 이탈 사례"라며 한 인터넷방송에서 던진 질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72명,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배가 넘는 1.6명 수준이다. 합계출산율이 '1' 을 넘는 사회와 그렇지 않은 사회는 문제인식과 해결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여전히 같은 접근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한국이 겪고 있는 상황이) 저출생인지, 비출생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의 심각한 저출생 문제의 원인은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한국은 성공의 기준이 너무 한쪽에 몰려 있는 사회인 것 만큼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외국인의 시각이지만 평소 생각이나 경험과 다르지 않아 고개를 끄덕이면서 봤다. 사실 취재 현장을 가볼수록 저출생이나 고령화, 지방소멸 등은 따지고 보면 근본적인 원인이 '성공이나 행복의 기준'과 밀접하다고 느낀다. 언젠가부터 한국에선 '인서울', '대기업'이 최소한의 스펙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지방에서 서울로 사람이 몰리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개개인이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결혼과 출산이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학계는 지방에 일자리가 없는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도권을 벗어난 곳에 대규모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긴 힘들다. 대신 지방에서도 여전히 청년들이 꿈을 실현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강원특별자치도 인제군 신월리에서 추진되고 있는 '팜 생크추어리(Farm Sanctuary)'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청년들은 도축 직전의 소 5마리를 구조한 뒤 마을로 데려와 키우고 있다. 안식처란 뜻의 생크추어리는 보통 구조한 동물을 수명이 다할 때까지 키우는 것을 말한다. 이미 해외에선 자리를 잡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하다. 전시 자체가 목적인 동물원하고도 본질적인 개념이 다르다.
현재 이 사업을 위해 도시 청년 6명이 연고도 없는 시골에 정착하기 시작했고, 350~400여명의 후원자들이 소들을 키우는데 필요한 정기 후원금을 내고 있다. 인구 96명 대부분이 노인들로 이뤄진 이 조그만 마을이 입소문을 타면서 정부와 지역 사회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들의 아이디어에 주목하고 있다. 직접 찾아가본 마을에선 지난 5년간 방치된 폐교가 새단장을 준비하고 있다. 놀랍게도 이런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시골의 삶을 선택하며 아이디어를 실현해가는 이들은 강원도 내 명문학교로 유명한 민사고와 미국 아이비리그를 졸업하고, 영국 옥스포드 대학원 등에서 학위를 받은 청년들이다. 이들에게 성공의 기준이 남들과 같았다면 시골 마을에 이런 변화를 이끌어내긴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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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일러는 "한국이라는 나무가 이제 큰 줄기로 성장을 하긴 했지만 아직 가지로 뻗어나가진 못했다"며 "이 가지가 똑같은 크기와 방향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특정한 줄기에서 뻗어나간 특정한 크기와 방향의 가지만 성공의 기준으로 삼지 말자는 의미일 것이다. 저출생과 지방소멸 해결을 위한 대책도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