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수지의 '제이미맘'이 연일 화제다. 자녀 교육에 극성인 '대치맘'을 지독할 정도로 잘 모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약 한달 만에 영상 조회수가 800만회를 돌파했다.
대치맘은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이란 특정 지역을 넘어 자녀 교육에 열정적인 엄마들을 지칭한다. 이들은 자녀의 학업 성취를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며 사교육에 적극적이다. 교육 정보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특정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공유한다.
이같은 교육열을 불편해 하는 시각도 있다. 최근 제이미맘 열풍은 한국 사회의 과도한 교육열과 계층 문화에 대한 '조롱'이 한몫을 했다. 명품 브랜드의 롱패딩과 핸드백, 그리고 조근조근한 말투는 풍자의 대상이 됐다.
한국에 대치맘이 있다면, 미국엔 '사커맘'이 있다. 축구 연습장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경기를 지켜보는 등 방과 후 체육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는 열성적인 엄마를 가리킨다. 유사한 의미로 '하키맘', '치어맘'도 있다. 운동장에서 다른 부모와 정보를 교환하며 자신들만의 네트워크를 만든다. 유명 브랜드 레깅스와 흰색 운동화, 패딩자켓을 입고 손에는 텀블러를 든다. 사커맘 경력이 오래될 수록 접이식 간이의자, 바퀴달린 아이스박스 같은 아이템이 미니밴에 실린다.
1990년대 초반 첫 등장한 사커맘이란 단어는 처음에는 조롱의 의미가 강했다. '극성 엄마'는 각종 코미디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됐다. 그러나 이후 미국 정치에서 중요한 표적층으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빌 클린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모가 아이 교육에 정성을 쏟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내 자식이 더 많이 잘 배워 사회에서 성공하길 바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대치맘과 사커맘은 여기에 삶의 우선순위를 두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일 뿐이다.
이들은 왜 이렇게 교육에 목을 맬까.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독일 작가 도리스 메르틴은 저서 '아비투스'에서 "특권층이 아닌 사람에게는 좋은 교육이 사회적 상승을 위한 유일한 길이거나 가장 중요한 기회"라고 말한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이다. 교육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고개를 들어 옆을 바라보는 순간 문제가 생긴다.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잘 해야 하고 우월해야 한다는 욕심은 비교를 부르고 조바심으로 이어진다. 이는 무한 루프를 그린다. 사교육 업자들은 이같은 심리를 지능적으로 파고들어 사업을 키운다. '4세 고시', '7세 고시' 등이 성행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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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들은 신음한다. 유치원 입학 전부터 과도한 학습과 경쟁 환경에 내몰리는 아이들과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 짓눌리는 부모들. 대치동 학원가에 정신건강센터와 금거래소가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4년 유아사교육비 시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3개월간 유아 사교육비는 총 8154억원에 달했다. 단순 계산 시 연간 3조원 이상이 영유아 대상 학원에 쓰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3시간 이상(반일제) 학원에 참여하는 영유아 가구는 월 145만4000원 가량을 사교육에 쏟아붓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학원 유치부 등 이른바 '영유'는 월평균 비용이 154만5000원에 달했다. 이는 시험조사 결과이고 국가승인통계가 아니지만, 정부를 통해 처음 집계·발표된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야를 넓혀보면 이는 단순한 비용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극한 경쟁 문화와 경제적 부담은 아이를 더 낳아 기르겠다는 생각을 막는다. 부모들은 자녀 한 명에게 더 많은 자원과 에너지를 '올인'하려 한다. 출생률 감소의 원인이다. 경제적 격차에 따른 교육 불평등 심화도 간과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군사정권 시절의 '과외금지조치'처럼 사교육 시장을 때려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조기 교육'은 이제 국가·사회적 이슈가 됐다. '제이미맘'을 보고 즐겼다면, 이제는 범정부 차원에서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