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사업은 좀 어떨 것 같으세요?"
지인을 만나면 "별일 없느냐"고 묻듯 기업인을 만나면 으레껏 이런 질문으로 말문을 튼다. 시기를 막론하고 기업인이 "좋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올해는 유독 "정말 힘들 것 같다"는 반응이 많다.
기업 전반 분위기가 그렇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88.0으로 집계됐다. 기준치(100)보다 낮으면 전월 대비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다. 올해 들어 BSI 전망치는 1월 84.6, 2월 87.0, 3월 90.8로 오르는 듯 했지만 4월 다시 80대로 떨어졌다.
기업 경기 전망이 어두운 것은 불확실성 때문이다. 우선 미국이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세계 곳곳에 '관세 폭탄'을 터트리고 있다.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도 25% 관세를 강행했다. 모든 국가를 상대로 한 상호 관세 부과도 예상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 기업들은 직격탄이 우려된다. 현대자동차는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대응하고 있지만 대미(對美) 수출 물량 전체를 커버할 순 없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얼마나 물릴지, 미국 현지 투자를 전제로 받기로 한 보조금에는 변화가 없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유럽·캐나다 등이 미국의 관세 조치에 보복을 감행, '관세 전쟁'이 발발하면 이 역시 우리 기업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국내 상황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정치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우리 사회는 4개월 가까이 대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에 기업 활력을 위한 획기적인 정책 마련은커녕 정상적인 국정 운영조차 기대하기 어렵다. 적지 않은 수출 기업이 "트럼프 리스크 대응도 사실상 민간이 알아서 해야 할 판"이라고 탄식한다.
이런 가운데 '상법 개정'이라는 폭탄이 하나 더 떨어졌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국회는 야당 주도로 지난 13일 상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상법 개정을 강하게 반대해 온 재계는 망연자실했다.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마지막 희망을 걸고 있다. 경제 6단체장은 27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만나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재계의 반대 이유는 명확하다. 경영에 큰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다.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수시로 '주주의 이익 침해'를 거론하며 소송을 제기, 정상적 경영 판단을 방해할 것이란 걱정이 많다. 소송이 잦아지면 기업 이사로선 대형 M&A(인수합병)과 같은 '과감한 투자 결정'을 꺼릴 수밖에 없다. 상법 개정이 투기자본의 공격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우려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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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을 두고 "꼭 지금 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 '무조건 안 된다'라기 보단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란 의미에 가까워 보인다. "언노운(unknown, 불확실성)이 또 하나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발언에 공감이 간다.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우리 기업에 '반드시 지금' 상법 개정이란 폭탄까지 떨어트리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지금이 '초불확실성의 시대'라는 최 회장의 진단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