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앤드미(23andMe)가 결국 파산했다. 실리콘밸리의 23앤드미는 DTC(Direct-to-Consumer), 즉 병원을 거치지 않고 개인고객에게 직접 유전정보를 분석해주는 서비스의 시초이자 대표적인 회사로, 그 이름 자체로도 상징성을 갖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회사다. 이 회사는 지난 3월23일 파산보호를 신청하고 자산매각을 시작했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였던 앤 워치츠키는 사임했다.
2006년 창업한 23앤드미는 DTC 모델을 고수하며 타액을 통한 유전정보 분석으로 질병위험도, 보인자, 약물민감도, 혈통분석 등을 제공했다. 이 중 질병위험도 분석에 대해 DTC 방식을 고집한 것 때문에 2013년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중지 명령도 받았다. 하지만 이후 규제요건을 충족해 서비스를 재개하는 뚝심을 보여줬다. 미국에서 이 서비스는 큰 인기를 끌었고 창업 당시부터 밝한 '1000만명의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목표를 2019년에 달성하는 쾌거를 올렸다.
특히 이 회사는 혁신적인 사업모델로 주목받았다. 유전정보를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객들에게 건강정보까지 '기부'를 받아 세계 최대 유전형-표현형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넨텍, 화이자, GSK 등 대형 제약사들과 협업했고 더 나아가 독자적으로 신약개발에도 도전했다.
당시 기업가치는 60억달러에 달했고 세쿼이아캐피탈, 일루미나 등 유수의 투자자로부터 14억달러 이상을 투자받았다. 그러나 2021년 상장 이후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주가가 폭락했다. 2023년 대규모 해킹으로 고객 데이터가 유출되고 2024년엔 대규모 감원이 이어졌다. 결국 이런 비용절감에도 23앤드미는 결국 파산했다.
실패의 원인을 '유전정보 분석은 평생 한 번만 하면 되는 서비스'라는 구조적 한계로 보기도 한다. 하지만 결혼, 출산, 장례 등도 단발성 소비임에도 거대한 산업을 이룬 점을 고려하면 핵심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23앤드미는 소비자들에게 'So What?'(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질병위험도 등을 알 수는 있었지만 이를 통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해결책을 얻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유전적으로 부정맥의 위험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이를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등 상식 수준의 조언만 얻을 수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3앤드미는 유전정보를 활용한 만성질환 관리, 장수시장 등으로 확장하거나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같은 부가서비스를 개발했어야 했다. 하지만 막대한 투자금을 확보하고도 이를 실현하지 못했다. 오히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받은 것이 독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높은 기업가치를 정당화하고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원격진료 회사 인수, 면역항암제 신약개발 등 '큰 것'을 무리하게 시도해야 했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큰 투자를 받아서,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일을 추진하지 않아도 됐더라면 23앤미드의 결과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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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를 개척하고 한 시대를 풍미한 또 하나의 기업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것을 보는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다. 개인 유전정보 분석분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여러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시도해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이 애정을 가진 기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시장에서 이름을 떨치고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는 것은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가,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23앤드미의 실패는 아쉽지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앞으로 더 성공적인 기업이 나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