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Z세대 제철코어 속 토마토 코드는?

[투데이 窓]Z세대 제철코어 속 토마토 코드는?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2025.07.11 02:05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

제철코어(Seasonal-core)는 본디 계절이라는 의미의 제철과 핵심을 뜻하는 코어(core)가 만난 말이다. 제 계절에 맞는 대상과 분위기를 즐기려는 문화적 취향과 태도다. 제철에 맞는 음식이나 공간을 적극 향유하려는 움직임에서 알 수 있다. 제철 챙기기가 무엇보다 힙한 SNS 공유콘텐츠가 된다. 봄에는 딸기에 초점을 맞추고 겨울에는 방어에 집중한다. 장마철에는 방수재킷과 레인부츠를 부각한다. 계절에 상관없는 기업의 마케팅 개념인 시즌리스(seasonless)와는 반대되는 움직임이다. 현대문명의 기술발달은 언제든지 계절에 관계없이 대상과 분위기를 제공하는 듯하다. 식물원에서는 겨울에도 꽃과 식물을 볼 수 있고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과일과 야채를 얻을 수 있으며 실내공간에서도 다른 계절 분위기를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제철에 접해야 그 가치를 온전히 알 수 있고 직접 접한 사람만이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제철에 피거나 나는 꽃이나 음식은 더욱 이런 차이점을 알 수 있다.

이른바 '절대가치'(absolute value)에 Z세대가 주목하는 것이다. '절대가치'는 대상의 본질적인 가치를 우선하는데 디지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아온 Z세대가 그것에 주목한 것이다. 그것은 희소성, 차별성과 같은 맥락에 있다. 제철 생산물은 한정판과 같기 때문이다. 제철코어는 절대가치 경험과 같은 맥락의 현상인데 제철에 만나는 경험은 그 어느 것도 대체할 수 없어서다. 1년에 꼭 한 번밖에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직접 참여해야 한다. 비대면 시대의 역설이다. 더구나 생성형 AI가 아무리 발달해도 이를 따라갈 수는 없다. 금수저보다 제철수저가 부럽다는 말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왔다.

특히 음식에 Z세대는 주목하는데 제철과일을 강조하는 표현을 예전에는 어르신들의 단골멘트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할매니얼 트렌드에서 알 수 있듯이 Z세대는 그런 구분을 하지 않는다. 도움이 되면 무엇이라도 수용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디테일에 강하다. 여름 제철 수확물이라도 신비복숭아처럼 2주만 제격인 사실을 파악하고 즐긴다. 옥수수 가운데 초당옥수수를 따로 구분해서 더 잘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면 'Z테일'(디테일 Z세대)이다.

요즘에는 Z세대가 특히 토마토에 빠졌다. 토마토코어. 계절에 관계없이 먹게 된 토마토는 사실 6월부터 8월에 즐겨야 가장 맛있다. 토마토가 익는 계절이 되면 의사들의 얼굴은 파랗게 된다고 할 정도로 몸에 좋은 슈퍼푸드다. 그럼에도 사과보다 단맛이 좀 덜하기에 사과에 밀릴 수 있다. 이렇게 건강이라는 측면에만 한정되지 않고 문화적 가치 차원에서 토마토에 집중하기도 한다. '사과가 되지 말고 도마도(토마토)가 돼라'는 북한 속담을 활용한 밈 콘텐츠가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이 속담의 의미는 사과처럼 겉은 붉지만 속은 그렇지 않은 것보다 토마토처럼 겉과 속이 붉은 사람이 돼라는 의미다. 이런 맥락에서 토마토는 콘텐츠에서 사과보다 더 주목받는다. '울퉁불퉁 멋진 몸매에 빨간 옷을 입고 새콤달콤 향내 풍기는 멋쟁이 토마토'라는 가사의 '멋쟁이 토마토'도 유행했다. 노래만이 아니라 '토마토 파르티잔' '심장보다 단단한 토마토 한알' '토마토 컵라면' 같은 토마토를 내세운 시집도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제철코어 트렌드는 이상기후 현상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사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제철의 산물이 불분명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찾고 행복한 경험을 최대한 하려는 문화충족 의지의 발현이다. 제철조차 즐길 수 없을 정도로 우리는 분명 바쁘게 정신없이 살고 있다. 제철을 잘 챙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부자고 행복한 사람이라는 공감대가 작동한다. 제철에 맞게만 살아도 행복이라니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지 Z세대가 질문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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