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전기문명의 시작,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

[청계광장]전기문명의 시작, 마이클 패러데이의 전자기 유도 실험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2025.08.22 02:05
(사)과학관과문화 대표, 공학박사  권기균
(사)과학관과문화 대표, 공학박사 권기균

오늘날의 전기문명을 연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마이클 패러데이다. 1831년 8월29일 패러데이는 1개의 철제 링에 2개의 전기코일을 감아 전자기유도 실험을 진행했다. 1차 코일에 전류를 흘리자 2차 코일의 나침반 바늘이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전류를 끄자 반대방향으로 다시 흔들렸다. 패러데이는 이 현상에서 '1차 코일의 전류 때문에 철제 링 주변 자기장에 변화가 생겼고 이것이 2차 코일에 전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현상은 오늘날 발전기의 기본원리, 즉 '움직이는 자기장이 전류를 만든다'는 법칙이다. 그는 이것을 정리해 11월24일 런던 왕립학회에 보고했고 이 논문은 1832년 초 학회지에 실렸다.

이후 그는 1839년, 1844년, 1855년에 걸쳐 3권의 대작 '실험적 전기연구'(Experimental Researches in Electricity)를 출간했다. 이 책들은 모두 패러데이의 실험정신과 과학적 성실함이 응축된 결과물이다. 장비와 안전장치가 열악했던 19세기 그는 반복과 관찰로 전기의 세계를 열었다. 그는 이론보다 관찰을 중시했다. 철저히 검증된 실험과정과 결과를 꼼꼼히 적어뒀고 그 기록은 누구나 다시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명료했다. '전자기 유도 법칙' 역시 이 책에서 선명하게 정리됐다. 자석이 코일 속에서 움직이면 전류가 흐른다는 원리, 이는 곧 발전기의 원리가 됐고 후대 과학자와 발명가들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에디슨과 테슬라는 이 패러데이의 원리를 토대로 발전기를 만들고 전기의 시대를 열었다. 물리학자 존 틴들은 이 책을 두고 "과학이 어떻게 진리로 나아가는지 보여준 가장 완벽한 교본"이라고 평했다.

패러데이는 집안이 어려워 정식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제본공으로 일하면서 학자들이 제본소에 맡긴 논문들을 읽으며 독학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수학적 공식에 약했다. 그러나 그의 실험기록은 놀라울 만큼 치밀했고 후일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이 이를 수학으로 정식화하면서 전자기학의 완전한 체계가 세워졌다. 그래서 사람들은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전자기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렇다고 전기가 하루아침에 세상의 동력이 된 것은 아니다. 전기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850년대 영국 재무장관(윌리엄 글래드스턴, 후일 총리)이 패러데이에게 물었다. "이 '전기'라는 것이 도대체 무슨 쓸모가 있습니까." 그러자 패러데이가 대답했다. "지금은 몰라도 언젠가는 전기에 세금을 매기게 될 겁니다."

패러데이는 실험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했고 크리스마스 과학강연 등 대중강연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힘썼다. 왕립학회의 회장을 맡아달라는 요청도, 귀족 작위를 수여하겠다는 제안도 정중히 거절했다. 그는 1867년 8월25일 집에서 75세로 생을 마감했다. 뉴턴이 묻혀 있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국장 제안도 사양하고 하이게이트 묘지에 간소하게 묻혔다.

한편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역사박물관의 1층에는 '딥너라이브러리'(Dibner Library)라는 과학전문 도서관이 있다. 이곳에는 희귀 과학도서 3만5000권과 필사본 약 2000건이 있다. 유명한 갈릴레이의 '별의 전령'(1610년), 뉴턴의 '프린키피아'(1687년),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1543년), 베살리우스의 '인체의 구조에 대하여'(1543년) 등도 있고, 또 하나 자랑거리는 '패러데이가 전자기학 실험과정과 발견을 손글씨로 기록한 실험노트'다.

한국에서도 패러데이의 책 '전기 실험 연구' 원본을 볼 기회가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생각공장 도서관'이라는 작은 과학 도서관에서 23일 오후 '사이언스데이'라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여기서 '과학자와의 만남' 행사와 함께 미국 스미스소니언의 도서관에 소장됐던 도서 중 패러데이의 책 '전기 실험 연구'를 전시한다. 패러데이의 손끝에서 시작된 전기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의 삶을 바꿨다. 186년 전 발간된 그 원본 앞에 서는 순간, 과학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위대한 정신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역사박물관의 딥너라이브러리(Dibner Library)에 소장 중인 마이클 패러데이의 초상화.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역사박물관의 딥너라이브러리(Dibner Library)에 소장 중인 마이클 패러데이의 초상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