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달러 인덱스가 떨어져도 원화는 약세일까

[유효상 칼럼] 왜 달러 인덱스가 떨어져도 원화는 약세일까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5.09.16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금년 들어 신라면, 짜파게티, 새우깡,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등 국민 먹거리 가격이 줄줄이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다는 이유다. 원화는 최근 주요국 통화와는 달리 유독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약달러 정책으로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미국 달러 인덱스(U.S. Dollar Index, DXY)'가 올해 1월 5일 109.8에서 9월 15일 현재 97.5로 11% 이상 하락했다. 이는 50년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며, 2010년부터 시작된 15년간의 강세 주기가 끝난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는 2026년 말까지 10% 정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정부는 높은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하고, 동시에 다양한 약달러 정책으로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무역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1971년 8월 15일 미국의 금본위제도 포기 선언으로 브레튼우즈 체제가 무너진 후, 수시로 변하는 달러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1973년 Fed가 만들었다. 달러의 가치는 1944년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금 1온스에 35달러로 고정됐었다. DXY는 1973년 3월 값을 100으로 하였으며, 경제 규모가 크거나 통화가치가 안정적인 세계 주요 6개 통화인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스털링, 캐나다 달러, 스웨덴 크로나, 스위스 프랑을 경제규모에 따라 비중을 달리하여 구성했다. 유로화 57.6%, 엔화 13.6%, 파운드화 11.9%, 캐나다 달러 9.1%, 스웨덴 크로나 4.2%, 스위스 프랑 3.6%의 비율이며, 국가별 비중은 1999년 초 유로에 여러 유럽 통화가 포함되었을 때 한번 바뀌었을 뿐, 초기 비중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달러 인덱스는 Fed가 작성하여 발표한다. 기준점과 비교하여 달러의 종합적인 가치 상승과 하락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현재 달러 인덱스가 90이라면 기준점 100보다 10이 낮아진 것이니 달러의 가치가 10%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달러 인덱스가 110이라면, 기준점인 1973년 3월 대비 달러의 가치가 10% 상승했다는 뜻이다.

달러 인덱스는 환율부터 금리, 수입품과 수출품 가격 변동 등 글로벌 경제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준다. 달러는 기축통화로 세계 각국의 무역에 사용되고 있어서 달러 인덱스가 변동되면 수입품과 수출품의 가격이 상승하거나 하락하는 영향을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달러 인덱스가 오르면 주식시장과 함께 상품시장 등은 대체로 약세를 띨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로 내려가면 금, 은, 원유, 곡물 등 달러로 거래되는 상품 가격은 오르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과거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던 시기의 주가, 금리 등 금융시장의 반응은 일관적이지 않았다. 1980년 이후 달러가 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한 사례는 아홉 차례였는데, 주가와 국채금리 흐름은 원인에 따라 달랐다. 통화 완화에 대한 기대가 달러 약세를 이끌면 주가 상승세가 나타났지만, 경기 둔화 우려나 위험 확대가 동반될 경우 주가 상승은 거의 없었다. 국채금리 역시 달러와 직접 연동되기보다 경기와 위험 요인에 따라 하락 혹은 상승했다.

또한 달러 인덱스는 세계적으로 큰 사건이 발생했을 때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1970년 대 후반, 미국의 실업률과 물가가 동시에 오르자 당시 Fed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연방 기금 금리를 짧은 기간에 21%까지 인상했다. 그러자 달러 인덱스는 역대 최고점인 164.7까지 올랐다. 반대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는 달러 인덱스가 70.6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달러 인덱스는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세계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세계 경제의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달러 약세의 흐름이 명확한 상태에서 예상과는 달리 원화의 가치는 약세 쪽으로 기우는 느낌이다. 물론 달러 인덱스는 6개 주요국 통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달러 인덱스가 내려갔다고 해서 인덱스 구성에 포함되지 않는 원화의 가치가 자동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달러 약세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 유독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DXY와 원-달러 환율은 0.9에 가까운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내년에도 달러화가 약세를 보인다고 해서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예단하기 쉽지 않은 이유다.

미국이 금리 인하나 유동성 확대를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지정학적 리스크(중동 분쟁, 미·중 갈등 등)나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국 달러'를 선호하게 된다. 이 경우, 달러가 약세를 목표로 했음에도 실제로는 달러 강세 흐름이 유지되거나, 원화로의 자금 유입은 제한되기 때문에 환율이 예상과 다르게 움직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의 움직임,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 수급 요인 등 국내외의 복합적인 요인들이 현재의 디커플링 현상을 만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원화는 한국의 높은 대중 수출 의존도와 지정학적 관계로 인해 중국 위안화의 흐름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원화는 달러보다는 오히려 위안화와 '커플링(Coupling)'되고 있다는 것이다. 달러 인덱스가 하락하더라도 원화는 위안화에 동조하여 약세를 보일 수 있다는 뜻이다. 금년 달러-위안화 환율은 연초에는 달러 약세에 힘입어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으나, 중국 경제의 불안정과 인민은행의 완화적 통화 정책으로 위안화가 약세로 돌아섰다. 특히 미국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위안화의 가치를 낮추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우리 국민들의 해외 투자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원화 약세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작년 한국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해외 투자로 인한 달러의 지속적인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아울러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생산 시설을 늘리기 위해 필요한 엄청난 달러 수요도 원화의 강세를 막고 있다.

미국과의 금리 차도 원화 약세에 한몫하고 있다. 현재 미국 금리는 4.50%, 한국은 2.50%로 기준금리 차가 2% 포인트나 난다. 금리 차가 클수록, 외국 자본이 미국 쪽으로 갈 유인이 크다. 미국 국채 수익률이 더 높고, 환 위험을 감안해도 미국 자산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이 금리를 더 올리거나 미국보다 훨씬 더 낮아지지 않으면 원화가 강세로 가기는 힘들 것이다.

원유,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은 달러가 하락하면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수입 비중이 높은 한국은 달러 수요가 증가하게 된다. 수출업체가 환율 상승을 기대하며 벌어들인 달러를 풀지 않고 있는 것도 원화 약세를 거들고 있는 느낌이다. 일반적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출 가격경쟁력이 개선돼 수출에 긍정적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현재는 득보다 실이 커지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국의 생산시설 유치 압박 등으로 수출 증대 효과는 제한적이고, 오히려 물가가 상승하여 국민들의 삶이 질이 많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글로벌 경제 변동성, 무역 전쟁이 어려운 한국 경제를 복합 위기로 내몰고 있다. 그러나 이해 당사자들은 입장에 따라 금융당국에 상반된 해결책을 요구하고 있다. 어렵지만 모두를 설득할 수 있는 균형 잡힌 금융·통화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로 배의 키를 놓지 않는 것이다'라는 격언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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