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2022년 10월15일 토요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에 소재한 SK 데이터센터 지하 전기실에서 배터리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발생한 화재로 해당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카카오(57,400원 ▼1,400 -2.38%) 서버 3만2000여대가 먹통이 됐다. 카카오톡을 비롯해, 카카오택시 등 '국민서비스'로 자리잡은 제반 서비스들이 멈췄다.
문제가 된 데이터센터에는 네이버(NAVER(252,500원 ▼3,000 -1.17%))도 입주했다. 서비스 복구에 수일이 걸린 카카오와 달리 네이버는 상대적으로 빨리 서비스를 정상화했다. 두 회사의 차이는 이원화-이중화가 얼마나 잘돼 있는지였다.
네이버는 당시 판교 데이터센터 외에도 '각 춘천' 데이터센터에 서비스 가동을 위한 백업체계를 갖춘 반면 카카오는 그러지 못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임에도 DR(재해복구) 시스템이 서비스의 안정성을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정부는 카카오와 네이버 외에도 쿠팡, 토스 등 주요 플랫폼사 20여곳과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클라우드기업 등을 대상으로 DR체계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주된 전산센터 장애시 자동·수동 DR 전환 여부, 장애발생 후 복구시점 목표달성 여부, 전원·회선 등 이중화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그후 3년이 지났다. 이번엔 국가 IT(정보기술)시스템의 심장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647개에 달하는 정부·공공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불안정성이 높은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한 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시설 전체의 전원을 차단하고 이에 따라 대규모 시스템 장애가 발생한 점 등은 2022년 10월 카카오 사태 때와 판박이다. 심지어 이원화·이중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은 것도 똑같다. 정부가 민간업계에 이미 3년 전에 요구한 각종 시정사항을 정작 정부·공공시스템은 하나도 개선하지 않은 셈이다.
최운호 서강대 메타이노베이션센터장은 "국정자원이 처음 대전에 만들어진 후 광주, 대구, 공주 등에 국정자원 센터를 잇따라 만들 때 자동백업 시스템 구축이 명분이었다"며 "이것이 제대로 작동 안 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5년 정부통합전산센터(국정자원의 전신)가 설립된 후 2007년 광주에, 2020년 대구에, 2021년 공주에 각각 데이터센터가 건설됐음에도 정작 중요한 시스템 이원화·이중화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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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정보보안 담당자들은 "카카오 사태 당시 민간에 DR 여부를 전수조사한다고 난리를 쳤는데 정작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는 3년이나 지난 지금까지 국가시스템을 이 정도로 허술하게 운용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특히 예산문제로 백업시스템 구축이 늦어졌다는 당국의 설명은 헛웃음을 자아내게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AI(인공지능) 3대강국' 도약을 선언한 한국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준다. 지금 같은 불안정한 시스템하에선 'AI 3대강국'은 요원한 과제일 뿐이다. 이번 사태가 한국 공공 IT 인프라의 안정성을 높여 AI강국 도약의 발판을 제대로 마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