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의료공백 메운 PA간호사, '토사구팽' 신세

[우보세]의료공백 메운 PA간호사, '토사구팽' 신세

정심교 기자
2025.10.14 05:30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전공의 1만여명이 수련병원을 떠나있던 1년7개월(지난해 2월~올해 9월) 동안 그들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며 의료공백을 근근이 메꿔온 이들이 'PA 간호사'다. 그런데 전공의 상당수가 수련병원으로 돌아온 이후, 사표를 만지작거리는 PA간호사들이 부쩍 늘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간호협회가 지난달 22~28일 PA간호사 108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공의 복귀 후 진료지원업무 수행 간호사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공의 복귀로 인한 향후 부서 이동, 업무 조정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묻자 '매우 많이 불안하다'(응답자의 28.1%), '다소 불안하다'(25.9%) 순으로 나타났다. PA간호사 10명 가운데 5명 이상(54%)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것.

또 전공의 복귀로 인한 향후 부서 이동, 업무 조정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 인식을 묻자, 62.3%(부정적 34.4%, 다소 부정적 27.9%)가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이는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입됐던 PA간호사들이 전공의 복귀가 본격화한 지난달 이후 갑자기 다른 부서로 발령받거나 업무가 조정됐는데, 이 과정에서 병원 측과의 사전 협의 없이 통보받은 사례가 주를 이뤘기 때문이라는 게 간호계의 토로다. PA간호사 사이에선 "병원 측이 필요할 때만 우리를 쓰다가 전공의들이 돌아오자마자 버리는, 이른바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섞인 반응까지 나온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전국 수련병원에선 전공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PA간호사를 급한 대로 늘려왔다. 지난해 3월 기준 1만1388명이던 PA간호사는 최근 1만8659명까지 늘었다. 전공의 복귀 움직임이 없던 지난해 8월엔 PA간호사의 존재를 법적으로 인정하는 간호법도 제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일 '간호사 진료지원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 수행행위 목록 고시' 제정안도 함께 행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PA간호사의 진료지원업무는 △환자 평가 및 기록·처방 지원 △시술·처치 지원 △수술지원 및 체외순환의 3개 분야, 총 43개 행위가 해당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PA간호사가 전문성을 가진 직역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PA간호사가 합법적 직역만 됐을 뿐, 전공의 인력 현황에 따라 쓰이고 버려지는 '전공의 대타(代打)'에 불과하다는 성토가 간호계에서 쏟아진다.

한 PA간호사는 "전공의들이 복귀했지만 '전공의 기피 업무'를 PA간호사들에게 떠넘기면서 현장에서 PA간호사들의 불만이 크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전공의 수련 시간을 현행 주 80시간에서 72시간으로 줄이는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련 시간이 줄면 야간 당직 등 업무는 의대 교수와 PA간호사에게 떠넘겨질 게 불 보듯 뻔하다.

PA간호사 상당수는 전공의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진료지원업무를 수행하며 전문성을 쌓길 희망한다. PA간호사가 '전공의 기피 업무 대타 직역'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전, 복지부는 이들의 근무 안정성과 전문성을 보장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정심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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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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