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치승 전세사기 대응 과정을 통해 본 서울시의 규제개선 노력

[기고]양치승 전세사기 대응 과정을 통해 본 서울시의 규제개선 노력

이동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2025.11.17 05:35

최근 잇따른 전세사기 사건은 서민의 주거 안정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특히 '양치승 관장 전세사기 사건'은 임차인이 정보 부족으로 피해를 입은 사례로, 주거시장의 정보 비대칭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드러냈다. 서울시는 이같은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건축정보 공개를 대폭 확대하는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단순한 행정 조치로 보이지만, 이번 조치는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형 규제개선의 대표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서울시의 대응은 법을 바꾸지 않고도 시민의 권익을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핵심 조치는 기부채납 건축물의 관리·운영권 정보를 건축물대장에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이런 정보가 행정 내부적으로만 관리돼 일반 시민인 임차인은 계약 전에도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복잡한 권리 관계를 알지 못한 채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24' 등 공공 플랫폼을 통해 누구나 실시간으로 관리운영권의 기간과 권리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한다. 스스로 사기 위험을 판단해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안전망이다. 행정의 투명성을 높인 획기적 변화라 할 수 있다.

이번 조치의 의미는 단순히 규제를 줄였다는 데 있지 않다. 서울시는 '법 위반은 아니지만, 시민의 불편이나 피해를 유발하는 관행적 행정'을 실질적 규제로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개선했다. '관행적 행정에서 적극적 행정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셈이다. 공무원이 "근거가 없다"며 공개를 미루던 정보를 이제는 "공유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행정조직이 스스로 변화를 주도하고, 시민의 입장에서 제도를 다시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서울시의 접근법은 규제혁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그동안 '규제개혁'은 주로 기업활동을 돕거나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례는 그 중심을 '시민 보호'와 '사회적 신뢰 회복'에 두고 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정보 접근이 어려운 서민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시민이 알아야 할 정보를 시민 손에 돌려주는 것', 이것이 바로 이번 전세사기 예방의 가장 근본적인 대책이다. 나아가 이번 조치는 행정의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도 마련했다. 전세사기 피해의 본질은 제도보다도 '정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서울시는 이를 투명한 데이터 공개로 해소함으로써 시민이 '공공정보의 주체'임을 실천적으로 보여주었다. 규제를 없애는 것이 곧 '무규제'가 아니라 '합리적 정보 공개를 통한 안전 보장'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서울시의 규제철폐 노력은 이제 일회성 행정 캠페인이 아닌, 시민의 일상 속에서 불합리한 관행을 상시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는 제도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전세사기를 계기로 시작된 이번 변화는 앞으로 주거, 복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숨은 규제'를 발굴하고 시민이 직접 체감하는 행정으로 발전해 갈 것이다.

서울시의 규제철폐는 경제 효율을 넘어 '시민의 안전과 신뢰'라는 공공가치를 향한 행정의 변화를 보여준다. 법보다 앞선 '상식의 행정', 불편보다 앞선 '시민의 눈높이 행정'이 바로 이번 조치가 남긴 가장 큰 교훈이다. 전세사기의 상처를 넘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서울시의 발걸음이 계속되길 기대한다.

이동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이동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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