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정부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둘 중 하나도 이루지 못할 수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해상풍력 개발사 A 대표가 "정부의 의도를 명확히 모르겠다"며 토로한 말이다. 비단 A 대표만의 의견이 아니다. 다양한 재생에너지 개발을 영위하는 또다른 개발사 임원 B씨도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불확실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단가도 낮추고 국산 기자재도 써야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또다른 해상풍력 개발사 임원 C씨의 의견도 대동소이했다.
올해 정부가 연 상반기 해상풍력 경쟁입찰에는 '공공주도형 입찰'이란 별도 트랙이 생겼다. 그리고 이 공공주도형에 입찰한, 즉 한전 자회사들이 사업에 합류하고 국산 터빈을 쓰기로 한 4개 사업만 낙찰됐다. 일반 입찰에 들어온 2개 사업은 모두 떨어졌다. 이 입찰 결과는 시장에 혼란을 불러 왔다. 일반 입찰에 들어온 사업 중 적어도 1곳은 낙찰 될 거라는 관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정부는 '안보와 공급망 평가', '산업 기여도'를 고려한 결과라 설명했다. 풍력단지를 지을 때 최대한 국산을 써야 가점을 주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해상풍력의 '빠른 보급'·'생산비용하락'은 '공급망 국산화 육성'과 많은 부분 상충된다. 하부구조물·타워·케이블 등 이미 국내사가 경쟁력을 가진 제품군이 있지만 핵심 구조물인 터빈은 국내 제품과 전세계 표준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가격경쟁력이 월등히 높은 중국산 부품을 일부라도 쓰지 않고선 수익을 낼 비용을 산정하기 어렵다. 특히 최근 인플레이션과 원화가치 절하로 시공비용이 치솟은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시공비가 비싸지면 수익률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개발사가 투자 의사 결정을 유보하게 되고 보급은 그만큼 늦춰진다.
균등화 발전 비용(LCOE)이라 불리는 전력 생산비용 기준으로, 한국에서 해상풍력 LCOE는 킬로와트시(kWh)당 300원대로 알려져 있다. 국내 태양광이 100원대 후반이고, 전세계 해상풍력 평균이 100원대 초중반인 것과 비교할 때 가격 격차가 너무 크다. 국내에서 해상풍력 보급을 빨리 늘리려면 우선 이 비용이 빨리 떨어지도록 하는 게 급선무라는 게 전문가들 다수의 의견이다.
김범석 제주대 풍력공학부 교수는 10월 머니투데이가 연 스마트에너지플러스 부대 세션에서 "해상풍력 보급, 공급망 산업육성, 발전원가 하락 세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위해 입찰 트랙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컨대 지금처럼 국내 공급망 육성을 위한 공공입찰트랙(20%), 일반입찰트랙(60%) 외에 나머지 20%는 발전원가를 낮추기 위해 가격을 가장 낮게 쓰는 사업을 낙찰하는 트랙을 두자는 것.
가장 중요한 건 상충하는 목표 중 정부가 어떤 걸 더 중요하게 여기는 지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다. 빠른 보급이 최우선 순위라면 국산화 속도가 다소 늦춰지더라도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 국산화를 포기하라는 게 아니라 김범석 교수 제안처럼 현실적인 대안과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시장이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명확한 정책 신호'가 시급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