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고독사, 우리 모두의 과제

[광화문]고독사, 우리 모두의 과제

임동욱 기자
2025.12.04 05:40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또는 '너는 반드시 죽을 것임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문구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로마 장군이 개선 행진을 할 때 뒤에 선 노예가 '메멘토 모리'를 외쳤다고 전해진다. 영광을 누리고 있지만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경고였다.

일생의 좌우명을 '메멘토 모리'로 삼았던 고 이어령 선생(1933~2022)은 자신의 시 '메멘토 모리'에서 인간의 운명을 이같이 노래했다.

목숨은 태어날 때부터 / 죽음의 기저귀를 차고 나온다 / 아무리 부드러운 포대기로 감싸도 /수의의 까칠한 촉감은 감출 수 없어 / 잠투정을 하는 아이의 이유를 아는가

# 죽음은 가까이에 있다.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는 저서 '노년에 관하여'에서 '잠만큼 죽음에 가까운 것은 없다'고 했다. 또 죽음은 인간 모두가 똑같이 공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젊다 하더라도 자신이 저녁 때까지 살아 있으리라고 확신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가르쳤다.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굳건한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했던 키케로는 자신이 탄핵했던 정적의 부하들에게 살해됐다. 기원전 43년, 향년 63세였다. 당시 최연소 집정관에 올라 로마 공화정의 수호자 역할을 했던 케키로는 이같은 최후를 상상치 못했을 것이다.

어느 인간도 자신의 운명을 알지 못한다. 죽음은 경험해 보지 못했기에 두렵고 낯선 대상이다. 하지만 더이상 기피, 금기의 대상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제는 '어떻게 죽느냐'도 중요해진 세상이 됐다. '웰빙'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가치, 품위를 지키며 생을 마무리하는 것을 의미하는 '웰다잉'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 현실의 죽음은 낭만적이지 않다. 사회는 복지국가를 향해 발전하고 있지만,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사망자는 매년 늘고 있다.

고독사예방법은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사회적 고립 상태로 생활하던 사람이 자살, 병사 등으로 임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고독사 발생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고독자 사망자 수는 3924명. 고독자 사망자 수는 최근 5년간 연간 3000명대를 유지하며 꾸준히 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4000명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인구 10만명 당 고독사 사망자 수 역시 2020년 6.4명에서 2024년 7.7명으로 늘어났다.

사망자 100명 중 1명은 고독사 사망자다. 고독사는 남성이 여성보다 5배 이상 많다. 구체적으로 50·60대 남성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장년 남성이 고독사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고독사가 늘어나는 이유로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 대면 관계의 질 약화, 단절된 주거 환경, 지역 공동체 의식의 약화, 일자리 구조 변화 등이 꼽힌다. 간단히 말해 '고립'이 문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고립 속에서 매말라간다. 2023년 국가데이터처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국민 3명 중 1명(33%)은 도움이 필요해도 도움받을 곳이 없는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사회적 고립 실태조사를 시행하고 고독사 및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은 다행이다. 다만 고독사 문제는 범부처 차원의 국가 문제로 인식하고 보다 넓고 창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단절과 고립을 막기 위해선 '연결'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AI(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외롭게 세상을 떠난 후 타인에 의해 발견될 때까지 방치되는 죽음은 비참하다. 이는 절대로 '남의 일'이 아니다. 고독사 사망자 중 어느 누가 이같은 마지막을 예상했을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관심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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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 기자

머니투데이 바이오부장을 맡고 있는 임동욱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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