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AI가 일자리를 없앨까 만들까?

[김화진칼럼]AI가 일자리를 없앨까 만들까?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법무법인 YK 고문
2025.12.29 14:01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 법무법인 YK 고문
김화진 미시간대 석좌교수 - 법무법인 YK 고문

2024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이고 'AI의 대부'로 불리는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제프리 힌턴 교수는 AI의 위험에 대해 강도 높게 경고한다. 인간이 AI를 통제하면서 공존하는 방법을 서둘러 찾아야 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10년이 채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AI를 발달시키고 그로부터 얻는 이익이 너무나 커서 개발자들과 관련 기업들이 초기에 느꼈던 책임감을 점차 잃어가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힌턴 교수는 AI에 대한 전망과 우려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AI가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는다고 해서 바로 인간을 통제하게 되지는 않는다. 아기가 엄마를 움직이게 할 수도 있듯이 인간은 인간보다 명석한 AI를 통제하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AI가 인간보다 더 인간을 배려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제는 첨단기술기업들이 그런 생각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엔비디아(NVIDIA)의 젠슨 황도 이야기하듯이 중국이 미국을 바짝 추격해오고 있다. 중국에는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매우 잘 교육받고 훈련된 인력이 넘쳐난다. 미국은 상당 부분 이민자들에 의존하고 있지만 중국은 정체성을 공유하는 과학 두뇌 집단을 보유하고 있다. 아마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게 될 것이다. 만일 미국 정부가 관련 연구와 개발, 특히 대학과 연구소에 대한 지원을 줄인다면 바로 중국에 추월당하게 될 것이다. 힌턴 교수가 말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의 AI 패권은 체제상 미국의 그것보다 위험할 것이라고 들린다.

셋째, 2024년에 글로벌 AI 투자는 6500억 달러 규모였는데 2025년에는 1조5000억 달러, 2026년에는 2조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투자는 거의 다 함부로 돈을 쓰지 않는 빅테크 기업들에서 나오는 것이어서 투자액 이상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그 부가가치가 주로 인간의 일자리를 없애고 사업 비용을 줄이는 데서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넷째,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인간이 AI를 확실하게 통제할 능력이 있을지 잘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거쳤고 디지털 시대도 열었지만 새로 형성된 사회를 잘 통제하고 있다. 그런데 AI가 만들 세상에서도 그럴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인간은 말을 잘 다루었듯이 증기기관도 잘 다루었다. 그러나 AI를 잘 다룰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역사를 보면 일자리가 없어지면 전에 없던 새 일자리가 생겨나서 경제가 지속되었는데 계속 그럴 것인지 의문이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돈을 벌려면 사람을 기계로 대체해야 한다.

한 방송사에서 AI에 "너를 창조한 힌턴 교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AI의 답이 놀랍다. "내가 열대우림이라면 힌턴은 첫 번째로 씨를 뿌린 사람이고 어떻게 물을 주어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다." 힌턴 교수는 AI가 핵무기와는 달라서 인류에 유익한 역할이 무한하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의학이나 교육 분야에서 엄청난 진보를 발생시킬 수 있다. 사람들 간 격차를 더 커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것은 인간이 그렇게 하는 것이지 AI가 하는 일은 아니다.

일론 머스크는 AI로 대변되는 첨단기술의 발달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인류를 일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기술 발전에 천착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비슷한 의문이 AI의 성장과 함께 나타나고 있다. AI의 활용과 병행해서 사람들이 직장을 잃기 시작했다. 아마존은 최근에 AI의 도움으로 약 4% 감원을 단행했다. 향후 5년 이내 초보 사무직군 일자리의 50%가 사라진다는 예측도 있다.

젠슨 황은 AI 때문에 반드시 일자리가 없어지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영상의학 분야의 한 통계를 인용한다. AI 기술이 의사들을 실업자로 만든 것이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의 일은 AI가 현출해준 영상을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을 진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환자와 같이하는 시간이 더 많아진다. 또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AI가 반드시 인간과 경쟁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AI의 위험도 항상 문제다. 어릴 때 본 TV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주 오래전이어서 흑백 TV였고 요즘의 SF처럼 세련된 내용도 아니었다. 나쁜 컴퓨터가 세상을 장악했다. 그런데 컴퓨터는 손발이 없으니 사람을 움직여야 하는데 사람들이 나쁜 컴퓨터의 말을 듣지 않는다. 컴퓨터는 자신을 끄려는 과학자를 죽이기로 한다. 무기를 가진 경비원에게 지시했지만 말을 듣지 않자 애꿎은 그 경비원의 은행 계좌를 삭제해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경비원은 할 수 없이 과학자를 죽이고 그런 식으로 세상은 컴퓨터가 지배하게 된다.

인간의 일은 단순히 생존에 필요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일은 인간이라는 존재에 필수적인 한 부분이다. 일은 공동체의 유지와 작동에 기여하는 통로가 된다. 그로써 존재를 인정받는다. 인간이 일을 하지 않게 되면 다른 인간과의 관계가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즉, 다수의 사람이 일을 하지 않게 되면 인간과 인간의 연결 고리가 없어져서 사회가 붕괴된다. 사회를 효율적으로 만들어서 부족함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미국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의원은 1940년대에 주당 40시간 노동 규칙이 도입된 이래 점진적으로 생산성이 400%까지 증가한 것에 비추어 향후 AI 시대에는 일단 32시간으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영어에 "happily ever after"라는 것이 있다. 어릴 적 읽은 동화책에 나온다. "이런저런 어려운 일들을 겪었지만 다 극복하고 그다음부터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살았다"는 이야기다. 우리 인간들은 먹고살 걱정에서 해방되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별생각 없이 하루하루 행복하게 잘살다가 죽는가? 그런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꽤 많을 것 같다. 도무지 일이라고는 이제 할 필요가 없는 일론 머스크가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수많은 새 일자리를 창출해 다른 사람들도 일하게 한 것이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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