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전쟁발 고유가에 대응하기도 벅찬데 미국 사모대출 부실에 따른 유동성 위기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사모대출은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에 직접 제공하는 비공개 대출이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하면서 생긴 대출 공백을 채우며 급성장했다. 최근 미국에서 AI(인공지능)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등 업종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은 회사를 위주로 사모대출펀드 환매 중단 사례가 잇따르자 월가를 중심으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같은 금융권 전반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12개 주요 증권사를 통해 해외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한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17조원에 이른다. 1년새 23% 증가했다. 실제 투자된 자금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한다.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를 포함해 상당수 기관과 보험사들이 국내 증권사를 거치지 않고 해외 펀드에 직접 투자했는데, 구체적인 규모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회색코뿔소는 눈앞에 보이지만 경고를 무시하고 방치한 위험을 뜻한다. 위기 진행 상황을 과장해서도 안되지만 성큼성큼 다가오는 코뿔소를 손놓고 바라만 봐도 안된다. 당장 해외 펀드에 직접 투자한 규모부터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사모대출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시시각각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외환 당국은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점검하고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위기 진행 단계별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거나 유동성을 공급해 자금 경색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AI 버블 가능성이 이번 사태를 촉발한 만큼 국내 관련 산업계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