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발생한 해킹 사건 배후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북한의 해킹 조직을 지목했다. 이번에 탈취한 가상자산은 60억 달러(약 8조4000억 원)를 초과한다. 북한의 작년 대외 수출액 4억7000만달러의 12배가 넘고, 명목 국민총소득(GNI) 48조5000억원의 약 17%에 달한다. FBI 발표대로라면 북한은 사이버 해킹 기술을 독보적인 외화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막대한 자금이 미사일 도발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전용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해킹 기술을 '비대칭 전략무기'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과 핵심 인프라를 겨냥한 공격 능력을 고도화했다. 지난달에는 국내 금융권을 겨냥한 대규모 접속 탐지 시도가 포착됐다. 보안업체 카스퍼스키에 따르면 북한 정찰총국 산하 라자루스는 국내 단체와 기업을 공격하면서 미래의 양자컴퓨터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차세대 암호 기술까지 악성코드 전달 과정에 활용했다.
이같은 공격을 막아내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가상자산 분야만 보더라도 현행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국가급 해킹 조직의 공격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정보보호 책임과 보안 의무를 강화하는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은 아직 정부안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을 서두르고 국가정보원과 금융당국, 군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도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이 장물을 현금화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 공조 강화가 필수다. 북한은 탈중앙화 금융(DeFi)과 자산을 잘게 쪼개 출처를 흐리는 '믹서(Mixer)' 기술을 악용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이용하는 믹서 플랫폼은 물론 자금세탁에 동원되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국제사회와 공유해 관련 거래를 차단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
북한의 사이버 역량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사실상 무력화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 단체와 기업까지 유린당하는 현실은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실재하는 위협임을 보여준다. 대비를 미루는 것은 단순히 국민의 재산을 지키지 못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 안보에 발생한 심각한 균열을 방치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