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 '정규직 시간제' 새로운 실험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4대 보험 등 각종 처우를 정규직에 준하게 제공하는 '정규직 시간제'를 말한다.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남성 중심의 전일제 일자리'라는 프레임을 바꾸지 않고선 일과 가정의 양립도, 고용률 70% 달성도 힘든게 현실이다. '정규직 시간제'의 현주소, 정착 가능성, 성공을 위한 조건을 짚어 본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내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4대 보험 등 각종 처우를 정규직에 준하게 제공하는 '정규직 시간제'를 말한다. 비정규직의 또다른 이름이라는 노동계의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남성 중심의 전일제 일자리'라는 프레임을 바꾸지 않고선 일과 가정의 양립도, 고용률 70% 달성도 힘든게 현실이다. '정규직 시간제'의 현주소, 정착 가능성, 성공을 위한 조건을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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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5개월에 접어드는 곽은아씨(31)는 오후 3시면 집으로 퇴근한다. 휴식을 취하면서 출산을 준비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정기검진이 있는 날은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는다. 전일제로 일하느라 병원을 가지 못해 마음 졸였던 세 달 전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곽씨의 직장은 인천국제공항 내에 있는 에어코리아. 탑승객 카운터 수속과 여객 운송에 관한 사무를 보는 곳이다. 곽씨는 정규직이지만 직장 동료들과 달리 주 30시간만 일한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선택해 근무시간이 줄었기 때문이다. 정규직과 똑같이 4대보험에 가입돼있고, 시간당 근무수당도 같다. 다만 줄어드는 시간만큼 임금을 덜 받을 뿐이다. "정규직과 처우가 같고, 원하는 시간동안만 일을 하기 때문에 경력단절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평일에 병원에 갈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습니다." 에어코리아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한 것은 지난 2011년. 업무 특성상 전체직원의 70%가 여성인 이곳은 직원들의 경력단절
'새로운 노동시장 패러다임 VS 질 나쁜 일자리 양산'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다. 시간제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추진체이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늘리겠다고 밝힌 240만개 일자리 중 38%에 달하는 93만개를 시간제 일자리가 채워진다. ◇왜 시간제 일자리인가= '남성 위주의 장시간 근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일자리 개념을 '여성 중심의 시간제 일자리'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로 대체하자는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으며, 고용률을 올리는 것도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경력단절 여성들과 장년층 등 그간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고용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시간제 일자리가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하고 싶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고 말한다. 일하고 싶으면 누구나 일할
"에어코리아의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 직원에 대한 정보가 궁금해 질문 드립니다. 아르바이트생 같은 건가요? 채용 정보를 읽어보면 정규직이라고도 쓰여있어 조금 헷갈립니다. 급여적인 부분도 궁금합니다." (아이디 jeaven1) 항공사 채용 인터넷 카페에 에어코리아 게시글이 올라오면 어김없이 이런 질문이 달린다. 에어코리아측은 채용 공고에 '반듯한 시간제 일자리'가 정규직이라는 설명과 함께 "육아 및 가정과 일을 양립할 수 있도록 하고, 새로운 시간제 직무의 개발로 청년실업 해소를 위해 마련한 채용 형태"라고 적고 있다. 그러나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라는 개념은 풀타임 근로자만 정규직으로 보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생소한 게 사실이다. 에어코리아 관계자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고 공고를 내면 '아르바이트냐'고 묻는 전화가 수도 없이 옵니다. 그럼 정규직이고 4대보험에도 가입되는 일자리라고 설명을 해주죠. 면접을 보러오면 또 물어봐요. 채용 후에도 풀타임으로 전환하려는 사람이 많고요. 시
정부는 '고용률 70%' 달성 로드맵에 시간제 일자리 확대 방안을 담으면서 네델란드를 모델로 삼았다. 네덜란드는 시간제 일자리가 전체 일자리의 37%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이 16.6%이고, 독일과 영국 등 몇개 나라만 2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네덜란드에선 시간제 일자리가 직종 구분 없이 고루 분포돼 있고 시간제와 전일제의 자유로운 전환이 가능하다. 이같은 배경엔 지난 1982년 네덜란드에서 체결된 바세나르 협약(Wassenaars Accord)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네덜란드 노동총연맹과 사용자연맹, 그리고 정부가 맺은 이 협약은 노와 사가 각각 임금 동결과 고용안정을 주고받은 거래다. 정부 중재로 이뤄진 이 협약의 결과는 네덜란드식 '고용 유연 및 안정성'의 확립이다. 노동자는 자율적 임금 동결을 통한 기업의 수출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고, 사측은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고, 정부는 시간제 여성 근로자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오전이 비기 시작했어요. 일자리를 찾아봤는데 받아주는 곳이 없었죠. 예전에 일한 경력은 인정도 안 되고…. 그러다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찾았어요. 하루 4시간만 일하지만 4대 보험에도 가입된 직장입니다. 저같이 아이들을 키우는 경력단절 여성들에겐 좋은 일자리죠."(이선영·36·쥬비스 근무) "요즘 동네에 남아 있는 아줌마를 보고 '동남아'라고 하잖아요. 일은 하고 싶지만 육아 때문에 시작하지 못하는 여성들에겐 시간제 일자리가 좋은 것 같아요. 늦게 출근하고 아이들이 오기 전에 퇴근할 수 있어 아이 키우는 엄마에겐 최고입니다."(안미영·32·아인텔레서비스 근무) 이선영씨는 초등학생 5학년, 2학년 아이를 둔 엄마다. 첫 아이 출산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둔 지 12년이 흘렀지만, 지난 2월 다이어트컨설팅업체 쥬비스 입사에 성공했다. 안미영씨는 콜센터에서 일한 경험을 토대로 경력 단절 4년 만에 LG유플러스 고객상담업체인 아인텔레서비스에 취직했다. 그는 4
"정규직 시간제란 말은 결국 차별받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를 말합니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4일 '고용률 70% 로드맵'의 핵심 키워드로 내세운 '정규직 시간제(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두고 한 말이다. 여성과 장년층의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오는 2017년까지 정규직 시간제를 93만개 만들겠다는 게 골자다.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5년간 238만개 일자리를 만들겠다 한 것을 감안하면, 38%가 정규직 시간제로 채워지는 셈이다. ◇정규직 시간제 도입 기업, 직원 1인당 60만원 지원=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안, 정부도 정책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정책 발표 후 "또 다른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정책이 될 것"이란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탓에 방 장관은 '차별받지 않는'이란 표현을 썼다. 현오석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정규직 시간제의 정착을 위해 "예산과 세제상의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정책의 성공 여부가 '고용률 70
이선영씨(36)는 지난 2월부터 다이어트컨설팅 업체 쥬비스 송파점에 나가 업무를 본다. 일어나서 아이들을 깨워 아침을 먹이고, 학교를 보내놓고, 청소기를 돌리고 난 후 9시에 집 근처 직장으로 향한다. 가게 오픈과 기기 세팅, 고객 예약업무와 확인이 이씨의 주된 일이다. 퇴근시간은 오후 2시. 집에 돌아와 간식을 준비하면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온다. 방과 후 활동 준비를 시키고 다시 학교에 보내면 저녁이다. 그는 "(양질의)시간제 일자리를 구하고 삶에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오전 시간을 집에서 보내던 것과는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가 직장을 그만둔 것은 12년 전이다. 편집디자인 쪽에서 4년 넘게 일을 하며 경력을 쌓을 때쯤 임신이 됐다. "아이 육아는 엄마가 해야한다는 생각이었고, 아이들을 돌봐주실 분도 따로 없었어요. 회사에서는 출산하고 다녀도 된다고 했지만, 편집디자인 일은 야근도 많고 불규칙해서 아이 키우면서 일을 하기가 거의 불가능했어요." 출산 후 1
머니투데이의 기획 시리즈 '정규직 시간제, 대한민국의 실험- 정규직인데 오후 3시에 칼퇴근, '꿈의직장' 어디?(6월12일자 기사 참조)' 기사가 나간 이후 각종 포털과 인터넷 게시판엔 한바탕 논쟁이 일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얘기냐"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이번 기획 기사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시간제 일자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이 기사를 보고 제기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에 궁금증은 무엇이고 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은 무엇인지 고용노동부와 함께 알아봤다. -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라고 하는데 결국 알바나 비정규직이 아닌가? ▶ 정부에서 이번에 발표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는 기존의 질 낮은 비정규직 일자리가 아니다. 개인의 자발적 수요(학업, 육아, 점진적 퇴직 등)에 부합하고, 근로시간 비례원칙에 따라 풀타임 근로자와 비교해 임금과 복리후생 등에 있어 차별이 없는 것을 말한다. 또 최저임금 이상, 4대 사회보험 가입
하얀색 마티즈가 언덕길을 올라왔다. 운전대에서 바삐 내린 윤옥자씨(54)는 "오늘 일은 오후부터 있다"며 "시간에 맞춰 어르신을 돌보러 가야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재가노인복지시설 라파엘복지재단의 요양보호사다. 하루에 4시간만 일하지만, 기본적 근로조건을 보장받는 '정규직 시간제' 근로자이기도 하다. "일이 없었을 때는 집에서 늦게까지 잤어요. 강아지 한 마리가 있긴 하지만 무료하죠. 일을 하니 시간에 맞춰 다니잖아요. 내가 안가면 어르신이 굶게 되고, 보호자와 약속을 했으니 책임감도 생기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까 몸도 건강해져요. 이 나이에도 정규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게 얼마나 좋아요. 아니면 식당일을 해야 하는데, 일반 식당도 45세 이상은 자격이 안돼요."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는 육아 부담이 있는 기혼 여성뿐만 아니라 장년층에게도 효율적인 일자리로 자리잡고 있다. 퇴직 전후를 맞은 50~60대들에게 안정적인 제2의 인생설계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건강하지만 조기 퇴직을 당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나이 탓에 재취업할 수 있는 일자리도 많지 않을 뿐더러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경비원이나 청소부 등 단순 노동이 대부분이네요. 퇴직 이전에 체계적인 재취업 지원이 제공됐으면 합니다."(인천거주 53세 남성) 썰물 은퇴가 예상되는 베이비부머(55~64세)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퇴직 시기가 점점 앞당겨지고 있는데다, 퇴직 이후 재취업도 쉽지 않아서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도 아파트 경비원이나 주유소, 편의점 등에서 아르바이트 형식의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가 많은 게 현실이다. ◇산업화 역군 장년층, 고용률 수치는 양호하지만... 장년층의 고용률은 2002년 59.5%에서 지난해 63.1%로 3.6%포인트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성(15~64세)은 52%에서 53.5%로 1.5%포인트 오르는데 그쳤고, 청년(15~29세)은 45.1%에서 40.4%로 4.7%포인트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그렇다.
대구시 달서구에 위치한 떡 제조업체 '떡보의 하루'는 24시간 공장을 돌린다. 업무는 생산과 포장 두 파트로 나뉘는데, 생산은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가, 포장은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가 '피크타임'이다. 업무 강도에 따른 인력유출을 고민하던 회사는 지난 2011년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 문제를 해결했다. "서울 지역으로 떡이 먼저 출고되는데, 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밤늦게 포장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바쁜 시간대에 시간제 근로자를 활용해 전체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이 줄고 생산성도 향상됐습니다."(정종호 떡보의 하루 관리이사) 서비스업이 아닌 제조업에서도 양질의(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는 적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제조업체들이 교대제로 24시간 생산 운영 체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공장 피크타임에 시간제 일자리를 도입해 생산인력을 늘리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떡보의 하루가 채용한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 근무자는 19명. 총
"병원 들어오기 전에는 그냥 잘 나가는 주부였죠. 백화점에서 1년에 몇 천 만원씩 쓰고 종일 밖에서 지내다가 저녁이 돼서야 집에 들어오곤 했어요. 아이들도 다 크고 우연한 기회 병원에 오전만 일하는 좋은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일 뿐 아니라 많은 것이 바뀌었어요. 요즘엔 부쩍 부드러워지고 사람 됐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듣습니다. 아이들도 정말 좋아해요." 유성선병원 국제검진센터에서 일하는 44세 주부 이종순씨의 하루는 새벽 6시20분에 시작한다. 일어나 씻고 아이들 먹을 밥과 찌개를 준비한 후 집을 나와 병원 셔틀버스에 오른다. 중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을 직접 챙기지 못하고 나서는 경우가 많지만 발걸음이 무겁지 않다. 아침 8시~오후 1시 근무 시간이 지나면 자유시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근무를 끝내고 1시20분경 집으로 가는 셔틀에 오르면 다시 주부로 돌아가요. 중학생인 아들이 2시 좀 넘으면 집에 오는 데 집에 오면 엄마가 있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