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시간제, 대한민국 새 실험]고용률 10년 정체..여성 퇴직자 고용시장 유입 대안
'새로운 노동시장 패러다임 VS 질 나쁜 일자리 양산'
정부가 지난 4일 발표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다.
시간제 일자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인 '고용률 70%' 달성의 핵심 추진체이다. 정부가 앞으로 5년간 늘리겠다고 밝힌 240만개 일자리 중 38%에 달하는 93만개를 시간제 일자리가 채워진다.

◇왜 시간제 일자리인가=
'남성 위주의 장시간 근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일자리 개념을 '여성 중심의 시간제 일자리'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로 대체하자는게 정부의 구상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가 쉽지 않으며, 고용률을 올리는 것도 어렵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아울러 경력단절 여성들과 장년층 등 그간 노동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고용 시장으로 끌어오기 위해선 시간제 일자리가 필수적이란 분석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하고 싶은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국가의 가장 큰 책무"라고 말한다. 일하고 싶으면 누구나 일할 수 있는 유연한 고용 문화를 만드는데 시간제 일자리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고용률을 높여야하는데,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1990년대 이후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경제성장률마저 하락하면서, 고용률이 지난 2003년 이후 10년째 63~64%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새로운 일자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경력단절 여성과 조기 퇴직자들이 시간제 일자리를 통해 고용시장에 들어오면 고용률은 그만큼 상승하게 된다.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고용 창출력을 약화시켜왔고, 고용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은 낮은 생산성으로 흔들리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된다면 근로 문화가 바뀌고 역시 고용 창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방 장관은 "여성의 경력단절과 청년의 고학력화, 베이비부머의 이른 퇴직 등이 사회 문제로 자리잡으면서 지금의 고용창출 시스템으론 일자리가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절박함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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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시간제, 한국사회 고용 패러다임 바꿀까=
정부는 그동안 시간제 일자리 앞에 '반듯한'이란 말을 꼭 붙였다. 그냥 시간제 일자리라고 하면 우리 사회에선 아르바이트나 일용직과 같은 비정규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처럼 본인이 일하고 싶은 시간만큼 일을 하고, 거기에 해당하는 보수를 받는 문화가 생소한 탓이다.
그래도 반응이 석연치 않자 정부가 이젠 '정규직' 시간제란 말까지 꺼냈다. 더이상 개념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없애자는 취지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방하남 고용부 장관이 총대를 메고,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요소가 많다. 우리나라 고용 현실을 놓고 보면 월급과 처우 등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가 큰 현실에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택하는 것엔 한계가 있고, 설령 택하고 싶다해도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인식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만 집착해 결국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률 70% 달성 해법을 여전히 '노동시장 유연화' 특히 시간제 일자리 같은 허황되고 악용 소지가 다분한 방식으로 실현하겠다는 것은 문제"라며 "5년간 시간제 일자리 93만개를 늘린다는 건 고용률 70%란 수치 달성만 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감안하면 ‘장밋빛 전망’에 가깝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이 고용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가 전제돼야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도 의미가 있는데, 선언적 의미에서 노동시장을 바꾸겠다는 메시지를 강요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실제 2%대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고용 증가세를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하다.
민간부문은 세제 혜택 등 각종 유인책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선 시간제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긴 힘들다고 지적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만드는 건 한계가 있고, 결국 민간부문에서 늘려야 하는데 기업들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인센티브를 포함한 각종 지원을 확실히 한다고 해도 고정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에 걱정이 많은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