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엇을 위한 성적공개인가

[기자수첩]무엇을 위한 성적공개인가

최중혁 기자
2010.04.30 11:17

이명박 정부 들어 교육정보 공개가 붐이다. 꽁꽁 숨겨졌던 수능 성적이 공개돼 전국 고등학교의 학력이 만천하에 공개되는가 하면, 최근에는 교사들의 교원단체 가입 현황이 공개돼 조전혁 한나라당 의원과 교원단체들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런데 정보공개의 당초 취지가 학교 현장에서는 잘 살아나지 않는 것 같다.

수능 성적 공개만 해도 평준화 체제에서 학교간 학력격차의 원인이 뭔지, 격차를 줄이려면 어떤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지 등이 관심의 대상이 돼야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교 줄세우기, 서열화 등의 부작용만 두드러지고 있다.

2010학년도 수능 성적 분석 결과에서 우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가 상위권을 싹쓸이 한 것을 씁쓸하게 재확인해야 했다. 상위 30개교 중 일반고는 달랑 4곳 뿐이었고, 그나마도 모두 비평준화 지역 학교라는 사실도 지난해와 똑같았다. 전국적으로 학생을 뽑는 학교가 성적이 월등히 우수하다는 선발효과를 재확인했고, 평준화 지역 학교가 성적이 낮다는 낙인효과도 재확인했다.

전남 장성은 지난해에 이어 성적이 좋은 지역으로 발표됐지만 사실은 기숙형 학교인 장성고 한 학교의 성적이다. 민족사관고가 있는 강원 횡성과 과천외고가 있는 경기 과천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 같은 발표 방식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에 제기됐지만 올해에도 바뀐 것 없이 발표됐다.

사립학교가 공립학교보다 성적이 더 좋다는 것도 학부모들에게 편견을 줄 수 있는 위험한 데이터다. 외고, 자사고, 국제고 등 특목고는 거의가 사립학교다. 당연히 사립학교의 평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사립학교 교사의 열정이 공립학교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식의 '아전인수식' 해석이 나돌아 공립학교 교사들의 기를 죽이고 있다.

선발효과와 낙인효과를 재확인하려고 수능 성적을 공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현실에서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상황이 2년째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내년 수능 성적 공개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별로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다. 수능 성적 공개를 맡고 있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 같은 사실을 잘 고려해 내년 발표에서는 부작용들을 많이 줄여주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