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온이 뚝 떨어진 16일 아침.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이들이 있었다. 무상급식 전면 실시에 반대하는 학부모단체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정책 반대 구호가 적힌 피켓을 몸에 걸고 전단지를 나눠줬다. 차가운 바람에 어깨가 움츠러든 듯 보였다.
정오가 지나 추위가 누그러질 무렵. 덕수궁 길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도 한 무리의 단체가 현수막을 펼쳤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였다. 서울시가 무상급식에 예산을 배정하지 않은 것을 두고 항의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람들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나쳐갔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 8일 교육청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시에서 절반을 지원한다면 서울시내 초등생 전체에게 무상급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합의가 안된다면 자치구들과 함께 최소 3개 학년에게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반쪽짜리 무상급식의 책임을 시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의지도 확고하다. 10일 발표된 시 예산안에는 곽 교육감이 구상한 무상급식 방안이 배제됐다. 서울시구청장협의회는 "오 시장이 자신의 공약사업에는 예산을 쏟아부으면서 무상급식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와중에 오 시장과 정치성향을 같이 하는 일부 구청장은 눈치만 살피고 있다.
교육청과 시청 사이를 오가는 신경전에 아이들 식판이 왔다갔다하는 형국이다. 서로 엇갈리는 정책방향에 애가 타는 건 시민들이다. "눈칫밥 먹는 아이들이 있어선 안된다"며 무상급식 전면 실시를 내세워 당선된 곽 교육감이다. '안되면 말고'가 아닌 적극적인 논의와 협상 의지를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다음이라야 아이들의 밥그릇을 걷어찬 쪽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진정성을 갖고 협의에 임해주길 시민들은 바라고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를 원점으로 되돌린 것이 정치적 입장 때문이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는 걸 모르지 않을 것이다. 어른들이 옥신각신하는 사이 협상테이블에 올려진 아이들의 점심이 차갑게 식어버릴까 걱정이다.